['진승현게이트' 비화조짐]불법대출 파장 어디까지

  • 입력 2000년 11월 24일 18시 42분


서울의 열린상호신용금고 불법대출 사건이 ‘진승현 게이트’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아직 검찰의 수사가 진행중이지만 지금까지 한스종금문제 등으로 구속된 사람이 13명이나 된다. 증권업계와 벤처업계에서는 오래 전부터 진 부회장이 금감위 전직 고위관료와 여권실세 정치인 등에게 거액의 자금을 제공했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았다.

열린금고 사건이 터지자 업계관계자들은 ‘드디어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이며 사건이 일파만파로 번져갈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진씨가 열린상호신용금고에서 불법대출받은 돈의 사용처와 불법대출 과정에서 금융감독원 등에 로비를 벌였는지를 수사할 방침이다. 한스종금의 국제결제은행(BIS)기준 자기자본비율을 높이기 위해 진씨가 금감원과 정관계 인사를 상대로 한 로비여부도 수사대상.

▽진승현 게이트?〓진 부회장이 운용하고 있는 자금은 한때 수천억원에 이르렀던 것으로 전해진다. 진 부회장이 정치권 실세인 K씨에게 수십억원대를 제공했다는 루머가 나돌고 있다. 금감위 전 고위관료와도 밀접한 관계를 맺었다는 말도 공공연하게 떠돈다.

한 관계자는 “진 부회장을 포함한 한스종금 사건이 검찰에서 두달반 동안이나 엠바고(보도자제)에 걸려 있었던 것은 관련 인사가 많고 고위층이 상당수 관련돼 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고업계에서는 진 부회장이 열린금고에서 대출받은 돈 중 상당부분은 로비자금으로 쓰였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희대의 사기극’으로 불리는 한스종금 외화유치 사건을 주도한 사람이 바로 진 부회장이다. 금감원은 진 부회장이 실체도 의심스러운 외국회사를 내세워 한스종금을 거저 인수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리젠트종금 불법대출▼

▽리젠트종금에서도 불법대출〓진 부회장은 열린금고에서뿐만 아니라 3월 리젠트종금에서도 불법대출받은 것으로 7월 금감원 감사결과 드러났다고 안대륜 의원이 금융감독위원회 자료를 인용해 밝혔다. MCI의 100%자회사인 현대창투에 600억원을 대출해준 것. 한곳에 자기자본 대비 20%를 넘겨 대출할 수 없다는 동일인여신한도규정을 어기고 367억원을 더 대출한 것이다.

진 부회장은 대유리젠트 고창곤 전사장과 손잡고 영국의 리젠트퍼시픽그룹을 끌어들여 코리아온라인(KOL)이라는 지주회사를 설립했다. 현재 KOL은 인수합병(M&A)을 통해 리젠트종금(옛 경수종금) 리젠트증권(옛 대유증권) 리젠트자산운용 리젠트화재(옛 해동화재) 등을 거느리고 있는데 진 부회장은 이들 자회사를 인수 설립하는 데 불법대출자금을 썼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고 전사장은 국내 최연소 증권사 사장으로 화제가 되었던 인물. 62년생으로 서울 중동고와 서강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99년 5월 증권사 사장으로 취임했고 올 9월 리젠트증권 주가조작 사건으로 중도하차할 때까지 리젠트그룹 한국본부에서 실질적인 경영권을 장악하고 있었다.

▼금감원 불법대출 감독은…▼

▽금감원 징계의 실효성〓열린금고에서 불법대출이 일어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동방금고 사건과 관련해 자살한 장래찬 전국장이 담당국장이었던 지난해 9월과 김중회 현 국장이 업무를 인수한 올 3월에도 이번과 비슷한 불법대출 사건이 일어났다. 지난해 9월에는 337억원, 올 3월에는 300억원 등 금액도 거의 엇비슷했다.

그러나 두 번 모두 불법대출금을 검사기간 중에 상환했다는 이유로 사장과 관련 임원을 해임하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대주주인 진 부회장은 두 번에 걸쳐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았다. 진 부회장은 금감원 검사가 나오면 불법대출금을 갚았다가 끝나면 곧바로 대출받는 일을 반복했다. “출자자 대출금이 자기자본의 100%를 넘더라도 검사기간 중에 전액 상환될 경우에는 영업정지를 할 수 없다”는 금고법 규정을 악용한 것이다.

▽이밖의 의혹들〓검찰은 한스종금의 전신인 아세아종금의 대주주였던 대한방직이 종금사를 진 전부회장에게 단 10달러만 받고 넘긴 데 의혹이 있다고 보고 있다. 금융계에서는 대한방직 설모 전회장이 아세아종금에서 여신한도를 초과해 대출을 받고 이를 무마하기 위해 진 전부회장과 짜고 매각을 추진했다는 말도 나오고 있으나 수사는 쉽지 않을 전망.

설 전회장은 9월초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홍콩으로 출국한 것으로 알려졌다.진 전부회장은 또 지난해 10월부터 홍콩에 본사를 둔 영국계 금융그룹인 리젠트퍼시픽 그룹의 자본을 끌어들여 합작회사를 세우기 위해 출처가 정확치 않은 자금을 동원, 자신이 지배하고 있는 대유리젠트증권의 주가를 끌어올린 혐의를 받고 있다.

<홍찬선·이명건기자>hcs@donga.com

▼한스종금 사건이란▼

한스종금이 외자유치 파문을 일으키면서 세간의 이목을 끌었던 것은 올 4월로 거슬러올라간다.

당시는 아세아종금이었던 이 회사의 대주주는 스위스 프리바트방크 컨소시엄(SPBC)에 단돈 10달러를 받고 지분 28.62%를 넘겼다. SPBC측이 7월14일까지 증자대금 3000만달러를 내기로 약속했던 것. 지분이 넘어간 뒤 회사 이름은 ‘한국―스위스’를 뜻하는 한스로 바뀌었다.

이 때 인수합병(M&A)중개를 맡아 SPBC를 끌어들인 장본인이 바로 진승현 MCI코리아 부회장이다. 파문이 인 것은 7월 SPBC가 돌연 증자 포기를 선언하면서부터. 진부회장은 당시 SPBC의 증자 포기를 “아세아종금의 국제결제은행(BIS)기준 자기자본 비율이 ―2%대로 드러나는 등 부실이 예상보다 심각했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SPBC의 실체에 대한 의혹이 제기된 것도 이 때부터. 당시 이 업무를 맡았던 금감원 관계자는 한스종금 증자에 참여키로 했다는 스위스 은행들과 SPBC측에 질의서를 보냈지만 일부는 아예 응답조차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의혹에 대해 진부회장은 당시 “SPBC는 20년 이상 된 투자회사”라고 반박했다.

한스종금은 금감원의 검사 과정에서 정관계 로비의혹이 드러나면서 또다시 이목을 끌었다. 현재까지는 김영재 금감원 부원장보에게 4950만원을 줬다는 혐의만 포착된 상태이다. 한스종금은 이밖에 대주주인 대한방직에 동일인 여신한도를 초과해 불법 대출한 혐의가 드러나 금감원 조사를 받고 있다.

<금동근기자>gold@donga.com

▼ 예금자 돈 어떻게 되나 ▼

열린금고에 돈을 맡긴 예금자들은 그다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돈을 찾는데 시간이 걸리는 불편이 있기는 하지만, 당장은 기업은행에서 예금을 담보로 대출받을 수 있고 열린금고가 3자에 매각되거나 청산될 때에도 예금을 모두 돌려 받을 수 있다.

영업정지 기간중에는 열린금고 창구에서 예금잔액 증명서를 발부받아 인근의 기업은행에서 예금잔액의 80%까지 대출받을 수 있다. 대출금리는 우대금리(프라임레이트) 수준인 연9.4%선.열린금고가 3자에 매각되면 그때부터 모든 거래가 정상화된다.

만약 원매자를 찾지 못할 경우엔 청산된다. 이때는 예금자보호제도에 따라 98년7월31일 이전에 가입한 사람은 원금과 이자 전액을 보장받는다.

내년부터 부분보장제도가 시행돼 5000만원까지만 보장되지만, 아직까지는 전액보장제도이기 때문이다.

98년7월25일에 예금자보호법이 개정돼 98년8월1일 이후에 가입한 예금의 경우는 원금은 모두 보장받으나, 이자는 2000만원 이하분에 대해서만 보장받고 2000만원 초과분 이자는 받지 못한다.

<홍찬선기자>h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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