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冬鬪' 거세지나…양대노총 "투쟁강화" 손맞잡아

  • 입력 2000년 11월 24일 18시 35분


한국전력 노조가 24일 새벽 파업을 유보함으로써 노동계의 투쟁 열기는 일단 주춤하게 됐지만 양대 노총위원장이 구조조정 반대를 위한 강도 높은 투쟁에 합의함으로써 노동계의 동투(冬鬪)는 내주부터 본격화될 전망이다.

한전 노조 오경호(吳京鎬)위원장은 “단지 파업을 미뤘을 뿐”이라며 “요구가 수용되지 않으면 30일부터 파업에 돌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사 양측은 이날 하루 숨고르기를 한 뒤 25일부터 다시 협상에 들어갈 계획.

그러나 정부의 한전 민영화 방침이 바뀔 가능성은 없다는 점에서 양측이 합의점을 찾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양대 노총도 산별 노조별로 26일부터 대규모 장외집회를 개최할 예정이어서 어떤 형태로든 노―정(勞―政)충돌은 불가피하다.

정부와 한전 경영진은 한전의 파업유보로 오히려 강도 높은 공공부문 구조조정 등 개혁 드라이브를 걸 수 있는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다고 판단하는 분위기다. 노조의 15일간 연장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5일간만 연장함으로써 구조개편법안의 국회 통과에 필요한 시간을 벌었다는 것이다. 내달 8일까지 보름간 연장해줬을 경우 정기국회 회기 종료 시한과 겹쳐 임시국회로 넘겨야 될 상황이었다.

정부는 특히 한전의 파업유보로 노조의 결집력이 약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설령 다시 파업을 하겠다고 하더라도 그 규모나 참여도 등 폭발력은 24일 파업 돌입보다는 현저히 떨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산업자원부 관계자는 “노조도 이만하면 물러날 명분과 모양새를 갖춘 것 아니냐”면서 파업재개 가능성 자체를 낮게 보았다.

그러나 한전노조 이경호(李慶鎬)홍보국장은 “국회 산업자원위원회의 한전 민영화 관련 법안 심사가 연기된 상황에서 파업에 돌입하는 것은 부담스러웠던 게 사실이지만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파업밖에는 길이 없다”고 말했다.

양대 노총도 이날 ‘공동투쟁위원회’를 구성키로 하는 등 연대투쟁을 벌여 나가기로 해 노정간 대립이 시간만 다소 늦춰졌을 뿐 결국 정면충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두 노총위원장이 합의한 대로 양 노총이 공투위를 구성해 12월에 시한부 경고파업 및 총파업에 돌입할 경우 그 파장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노동계와 공기업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는 정부가 한판 결전을 벌이는 양상으로 치달을 수 있기 때문.

물론 경쟁관계에 있으면서 서로에 대한 해묵은 반목과 불신이 쌓여있는 양 노총이 실제로 공투위를 구성하고 공동파업 투쟁을 벌이기까지는 걸림돌도 많아 엄포로 끝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국노총 이정식(李正植)대외협력본부장은 “양 노총의 연대투쟁, 정치권의 움직임 등 향후 노동계의 동투에는 다양한 변수가 있다”면서 “한전노조가 쉽사리 투쟁을 포기하지 못할 것이고 또 개별 사업장마다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노동계의 동투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반면 한전 민영화라는 대세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5일간의 조정기간에 단협승계 고용승계 등 최대한 실리를 챙겨보겠다는 게 노조의 속셈이라는 분석도 있다. 또 일사불란하게 파업을 벌일만한 동력이 뒷받침되지 않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명재·정용관기자>mjle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