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증 심한 경인고속도로 통행료 거부운동 본격화

  • 입력 2000년 11월 17일 18시 57분


“유료 고속도로가 이렇게 막히다니…. 통행료를 낼 때 욕이라도 한 마디 던지고 싶어요.”

인천 부평에서 서울 여의도까지 승용차로 출퇴근하는 회사원 박세한씨(40). 그는 “부평 IC에서 서울 신월동을 지나 여의도로 진입하는데 1시간30분 이상 걸린다”고 말한다.

출퇴근 시간대의 경인고속도로는 거대한 도심 주차장으로 변모한다. 특히 부평IC에서 서울쪽 종점인 신월IC까지 9.7㎞를 가는데 1시간 이상 걸린다.

경인고속도로가 이처럼 막히자 경인고속도로 통행료 납부거부운동이 벌어지고 있으며 인천지역 10개 구 군 의회와 시민단체는 물론 변호사들까지 가세하고 나섰다. 인천시 10개 구 군의회는 최근 공동결의문을 통해 “경인고속도로가 국가 산업발전에 큰 역할을 했으나 지금은 교통량 증가에 따라 체증이 심해 고속도로로서의 기능을 상실했다”며 통행료 징수 중단을 요구했다.

통행료 징수의 형평성 문제도 지적되고 있다. 인천의 남동구 연수구 주민들은 서울외곽순환도로를 이용, 톨게이트에서 돈을 내지 않고 서울방면으로 갈 수 있지만 계양구 서구 주민들은 외곽순환도로를 직접 탈 수 없어 1100원씩의 통행료를 꼬박꼬박 내야 한다. 인천 서구의회는 최근 “부천 시흥시 주민과 인천 남동 연수구 주민들이 경인고속도로를 무료로 이용하는데 비해 서구 주민들은 통행료를 내야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통행료 철폐를 요구했다.

경인고속도로 통행료 철폐를 위해 시민단체와 인천지역 법조인들까지 나섰다. 인천지역 변호사 20명으로 구성된 ‘인천공익소송을 위한 변호사 모임’은 부평톨게이트 통행료 철폐를 위해 시민단체와 함께 한국도로공사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준비 중이다. 김문종 변호사(40)는 “경인고속도로에서 징수되는 한 해 400억원의 통행료가 다른 지역 도로개설비로 충당되고 있는 만큼 통행료를 받을 법적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또 부평시민모임과 우리시민센터 등 시민단체들도 “경인고속도로가 교통량 증가로 고속도로 기능을 제대로 못하는데도 한국도로공사가 통행료를 받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18일을 ‘통행료 철폐의 날’로 정하고 이날 30여명의 시민대표들이 부평톨게이트를 통행료를 내지 않고 통과한 후 도로공사가 3300원씩의 과태료를 부과하면 원고인단을 구성, 도로공사를 상대로 통행료 부과처분취소 집단소송을 낼 계획이다.

<인천〓박정규기자> jangk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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