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진단]파주-연천 미군공여지 헐값보상 반발

  • 입력 2000년 11월 14일 18시 49분


“그저 옛날처럼 농사만 짓게 해 달라는 거지.”

경기 파주시 진동면 초리, 하포리, 용산리, 서곡리와 연천군 장남면 반정리 일대 215만평에 자리잡은 미군 ‘스토리 사격장’ 때문에 마음대로 농사를 짓지 못하는 조복연씨(70)의 하소연이다.

6·25 전쟁이 끝나고 민통선이 생긴 이후 자기 땅에 들어가는 데도 늘 출입증을 발급받아 농사를 지었던 그는 73년 미군 사격장이 생겨 총포소리를 들어가며 생계를 꾸렸다. 97년 자신의 땅이 미군 공여지가 됐다는 날벼락을 뒤늦게 접했다. 이즈음 농지주변의 철조망은 갈수록 높아졌고 차단막도 생겨났다. 급기야 올 10월 전면 출입금지 조치가 내려져 격렬한 항의 끝에 간신히 추수를 마치기도 했다. 그동안 미군 사격이 없는 날(주 2, 3회) 출입하며 농사를 지었는데 2002년부터는 무조건 출입이 금지된다는 소문이 나돌아 그는 다른 농민들과 함께 14일 미 대사관 앞에서 ‘내 땅에서 농사를 짓게 해달라’고 항의시위를 벌였다.

▽농민피해〓조씨 등 농민들은 20년 동안 미군에 자신의 땅이 공여된 사실조차 모른 채 농사를 지었다. 이들은 97년 정부에서 이들의 농지를 매수하겠다는 뜻을 밝히자 비로소 이같은 사실을 알고 반발하기 시작했다. 정부는 시가로 평당 4만원선인 농지를 1만원도 채 안되는 가격에 매수하겠다고 밝혀 농민들을 더욱 흥분시켰다.

농민들은 땅을 팔고 나면 생계를 유지할 수단도 없어 대토(代土)를 마련하지 않는 한 매수에 응할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농민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미군 측은 올 5월 사격장 내 100만평에 철책을 설치했고 7월엔 12곳에 차단기를 세워 주민출입을 통제했다. 급기야 지난달에는 농민출입을 전면 통제해 수확기를 놓치게 된 주민들이 차량을 몰고 진입하는 등 충돌을 빚기도 했다.

▽환경오염〓농민들은 사격장 곳곳에 표적으로 설치된 헬기 장갑차 승용차 등의 파편이 그대로 남아 토양을 오염시키고 있으나 아무 대책도 없다고 주장한다. 이 때문에 임진강 건너편의 금파취수장도 오염 우려가 높아 이 곳에서 수돗물을 공급받는 20만 파주시민의 환경권도 침해되고 있다.

▽국방부 입장〓국방부는 농민들의 요구에 대해 사격장 이전계획은 없으며 대체농지가 충분하지 않아 앞으로 사유지 매수를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출입영농이 지속되면 미군 사격훈련으로 인해 농민들의 안전이 위협받게 되므로 최종적으로는 120만평 전체를 사들이겠다는 입장. 하지만 보상가격에 대해 국방부는 감정평가기관의 감정에 따르겠다고 해 시세와 다소 차이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농민들의 반발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파주〓이동영기자>argus@donga.com

▼스토리 사격장▼

73년 정부가 민통선 내 215만평을 미군에 영구전용(永久專用)토록 공여해 만들어졌다. 그러나 당시 정부는 주민들의 의견을 청취하지 않았다. 주민들은 사격이 없는 날 주 2, 3회 출입하며 농사를 지었다. 농민은 파주시 파평면 장파리, 금파리, 율곡리와 파주읍에 사는 400여 가구 1000여명에 이른다. 농지를 소유한 농민은 50% 선으로 이들은 그동안 주 2, 3회 민통선을 넘나들며 농사를 지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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