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준펀드 3~4개 더 있다…검찰 유력인사 명단확보

  • 입력 2000년 10월 31일 18시 30분


동방금고 불법대출 사건을 수사중인 서울지검 특수2부(이덕선·李德善 부장검사)는 31일 한국디지탈라인 정현준(鄭炫埈·32)사장이 조성한 사설펀드 5, 6개에 정관계 유력인사들이 가입한 사실을 밝혀내고 이들이 로비대가로 펀드에 투자한 것인지 여부를 조사중이다.

검찰은 또 정사장과 비서실장 이모씨 등 측근들이 수백억원 규모의 회사자금을 횡령해 개인적으로 유용한 사실을 밝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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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대신금고 이수원 사장(44)에 대해 정사장 등에게 105억여원을 불법대출해준 혐의(배임)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사설펀드 수사〓검찰은 70억원대 규모의 ‘알타펀드’ 외에 추가로 3, 4개 사설펀드의 명단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 확보된 펀드 명단은 5, 6개 펀드에 수백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기배(李棋培)서울지검 3차장 검사는 “이들 펀드는 여러 명이 단체로 가입한 경우도 있고 개인이 가명과 차명을 사용해 투자한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차장은 “펀드명단과 가입경위 등을 상세히 조사해 가입 과정에서 로비나 유착관계가 있는지 밝혀내겠다”고 말했다.

이차장은 “그러나 선의의 투자자나 가입자에 대해서는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검찰은 또 동방금고 이경자(李京子·56)부회장의 개인회사인 S팩토링의 오모 이사를 소환해 사설펀드 설립에 관여했는지 등을 조사하려 했으나 오이사가 출두를 거부했다고 전했다.

▽수백억원대 회사자금 횡령〓검찰은 “정사장과 비서실장 이씨, 또 다른 측근 이모씨와 강모씨 등이 인수합병한 회사명의의 수표를 발행해 수백억원을 빼돌린 사실이 드러났다”며 “이들은 빼돌린 돈을 개인명의로 다른 회사에 투자하거나 술값 등 유흥비로 썼다”고 말했다. 검찰은 비서실장 이씨 등 3명을 사법처리할 방침이다.

▽금융감독원 로비 수사〓검찰은 이날 대신금고 특별검사와 유일반도체 신주인수권부 사채(BW) 저가발행 문제를 조사했던 금감원 비은행검사국 김모 검사역과 조사총괄국 정모 팀장 등 관계자 4, 5명을 소환해 로비가 있었는지 등을 조사했다.

검찰은 유일반도체 장성환 사장(39)이 BW를 발행, 측근을 통해 정현준 사장에게 건네고 정사장이 이를 토대로 10억여원대의 로비자금을 만들어 이경자 부회장에게 현금 10억원을 전달하는 수법으로 금감원에 대한 로비를 했다는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BW 발행과 전달에 관여한 장사장의 측근 김모씨와 KDL 김모 감사 등의 뇌물공여 혐의에 대해 조사한 뒤 사법처리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검찰은 “로비자금을 받은 적도, 로비를 한 적도 없다”고 부인하던 이부회장이 태도를 바꿔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했다”고 진술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검찰은 정사장이 검찰출두 직전 한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금감원 간부 부인이 5월 이부회장을 통해 디지탈임팩트 주식에 투자하겠다며 28억원을 송금해왔으며 주가가 3배나 뛰어 28억원짜리 당좌수표 3장을 끊어줬다”고 주장한 것과 관련해 정사장을 상대로 사실여부를 조사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당사자로 지목되고 있는 금감원 간부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했다.

<이수형·이명건기자>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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