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소득층 저축률 큰폭 하락…97년 27%서 올 16%로

  • 입력 2000년 10월 30일 18시 34분


중산층의 소비행태가 고소득층을 닮아가면서 저축률이 매년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저소득층은 평균적으로 볼 때 저축이 아예 한 푼도 없으며 빚에 의지해 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국민총저축률이 98년 이후 계속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은행은 30일 ‘외환위기 이후의 저축률 추이와 시사점’에 관한 보고서에서 97년에 33.4%이던 국민총저축률은 98년 34.0%, 99년 33.7%, 올 상반기에 32.1% 등으로 하락했다고 밝혔다. 소득계층별로는 중간소득층이 97년에 27.3%에서 올 상반기에 16.1%로 떨어져 가장 하락폭이 컸다.

저소득층은 97년에는 그나마 소득의 9.1%를 저축했으나 올 상반기에는 저축률이 ―3.0%로 저축을 한 푼도 하지 못하고 빚에 의지해 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계층을 10단계로 구분했을 때 상위 4∼7단계에 해당하는 중간 소득층은 소득이 외환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지만 소비는 작년 하반기부터 높은 증가세를 보여 저축률이 크게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 이긍희(李兢熙)조사역은 “중산층이 소득이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고소득층의 소비행태를 따라하는 모방소비로 저축률이 크게 떨어졌다”며 “중산층은 식료품 등 필수적 소비보다는 통신이나 교양, 오락비 등의 선택적인 지출을 크게 늘렸다”고 말했다. 저소득층은 소득이 크게 줄면서 저축이 줄었으며 고소득층은 소득 증가보다 크게 소비를 늘리지 않아 저축률 하락폭이 2.8%포인트로 가장 낮았다.

이긍희조사역은 “향후 국민총저축률은 소비패턴 및 인구구성이 변화하고 국민연금 등 사회보장제도가 확충되는 가운데 계속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편 우리나라의 국민총저축률은 싱가포르보다는 낮지만 미국 일본 대만 등 대부분의 나라보다 높게 나타났다.

<박현진기자>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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