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방금고 불법대출]정현준-이경자씨 공모 가능성

  • 입력 2000년 10월 25일 19시 01분


‘동방금고 불법대출’ 사건은 대주주인 정현준 한국디지탈라인(KDL) 사장과 이경자 동방금고 부회장의 합작품일 가능성이 커졌다. 또 장래찬 금융감독원 전 국장의 뇌물수수도 드러나 정관계 인사들이 관련됐다는 루머도 부분적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이번 사건의 핵심인물로 떠오른 유조웅 동방금고 사장이 해외로 도피했고 장전국장도 잠적해 진실이 제대로 드러날지는 아직도 미지수다.

▽정현준 KDL사장과 이경자 부회장의 합작〓금감원은 25일 동방 대신금고에서 불법으로 대주주에게 대출된 금액은 637억원이라고 밝혔다. 이중 464억원이 정현준씨에게 흘러갔으며 나머지 143억원은 아직 확인중이다. 금감원 김중회 비은행검사1국장은 “수표추적 결과 돈이 정사장 쪽으로 흘러갔으며 이부회장이 협력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부회장에 대해선 금감원의 검사권이 없기 때문에 검찰에 고발해 관련사실을 확인토록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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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씨는 동방금고의 대주주로서 실질적으로 부회장으로 활동했지만 법적으로는 동방금고 임직원이 아닌 민간인이기 때문에 규정상으로는 금감원 검사대상이 아니다.

▽장래찬 전국장 3억5000만원 수뢰 확인〓금감원은 장 전국장이 3억5000만원으로 KDL 주식을 사들인 뒤 주가가 폭락하자 동방금고 유사장에게 이 주식을 넘기고 투자원금을 모두 되돌려 받았다고 밝혔다. 정사장이 “3억5900만원을 P은행 언주로지점에서 손모씨 계좌에 입금했는데 이는 장 전국장 돈”이라는 주장이 사실로 드러난 셈이다. 이에 따라 장 전국장의 뇌물수수 금액은 사설투자펀드에 투자한 1억원을 합해 4억5000만원으로 늘어났다.

▽정관계 로비는 없는가〓정사장은 이부회장이 10억원 이상을 금감원에 로비자금으로 제공했다고 주장해 ‘정관계 로비설’을 만들고 있다. 장 전국장 관련 뇌물수수가 사실로 확인됨에 따라 이 부분이 어느 정도 사실인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검찰 수사결과를 기다려봐야 하겠지만 정황상 어느 정도는 사실일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문제는 열쇠를 쥐고 있는 동방금고 유사장이 해외로 도피하고 장국장마저 잠적해 진실 파악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 금감원은 유사장이 14일부터 출근하지 않았는데도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아 도피를 방조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장 전국장도 잠적한 뒤 3일이 지나도록 소재파악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동방금고 직원들의 시각은〓동방금고 임직원들은 이부회장이 이번 사건의 핵심이라고 보고 있다. 동방금고 노조 간부는 “이부회장이 금고 돈을 이용해 돈장사를 하다가 문제가 됐다”고 밝혔다. 정사장이 지분 33%로 최대주주이지만 금고 사무실에는 한번도 나타나지 않았고 이부회장과 유사장이 금고업무를 주물렀다는 것이다.

노조측은 이부회장의 지분은 11%로 3대주주에 머무르고 있지만 나머지 주주가 이부회장과 이런저런 인연을 맺은 ‘우호세력’이라고 주장했다. 한 직원은 “동방금고가 들어있는 건물의 12층에 이부회장이 입주해 유사장의 직보를 받아왔다”고 말했다.

한 노조원은 “경영진이 직원 40명을 압박해 불법대출을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일례로 “부적격 대출지시를 거부하는 대부계 부서장은 2, 3개월마다 교체됐으며 엉뚱한 부서를 만들어 당사자 한 사람만 배치해 복종을 강요했다”는 것이다.

<홍찬선기자>h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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