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L조종사 파업]'결항 대란' 공항마다 아우성

  • 입력 2000년 10월 22일 18시 31분


사상 초유의 조종사 파업사태가 벌어진 22일 김포공항과 지방 공항들은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다.

미처 항공기 결항소식을 모르고 공항에 나왔던 승객들은 항공사 창구 곳곳에서 고성 섞인 항의를 했으며 일부 승객들은 청사 안에서 자장면을 배달시켜 먹으면서까지 협상타결에 따른 항공기 운항재개를 기다렸다. 특히 길일(吉日)인 이날 전국적으로 1000여쌍의 신혼부부들이 비행기를 타지 못해 발을 동동 굴렀다.

아시아유럽정상회의(아셈·ASEM)에 참석했던 일부 외국 수행원과 취재기자들도 비행기를 타지 못해 귀국에 차질을 빚거나 황급히 비행기편을 바꾸는 등 불편을 겪었다.

이날 오전 10시 국내 가구회사인 ‘퍼시스’ 직원 26명은 비행기 결항으로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리는 ‘오라클 2000 국제가구 박람회’ 참여가 무산되자 울분을 터뜨렸다. 해외영업팀장 장빈(張斌·26)씨는 “2개월 동안 공들여온 사우디아라비아 티에미 사와의 수출 관련회의가 내일로 약속돼 있는데 계약이 깨지면 누가 보상해줄 거냐”며 분을 삭이지 못했다.

오후 7시50분 시드니행 대한항공 KE811편을 타려던 신혼부부 김영규(金榮奎·27) 김경화(金慶花·26)씨는 “충남 아산에서 올라와 집에 돌아가지도 못한다”며 “신혼 첫날밤을 이렇게 보낼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태국현지 여행사인 ‘사바이 투어’의 윤정일(尹丁一·33)서울사무소장도 “오늘 두 차례 신혼부부 300쌍이 태국으로 가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며 “다른 항공편 예약도 이미 끝났고 도대체 어쩌란 말이냐”고 안타까워했다.

비상근무에 들어간 항공사 창구 직원들은 고객들의 항의에 비지땀을 흘리면서도 조종사들의 파업 행위에 대해 “고액 연봉자들이 무슨 노동권이냐”며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냈다.

아셈 부대행사에 참석하고 이날 오후 1시30분 로마행 대한항공편으로 귀국하려던 이탈리아 문화잡지인 ‘일 메사제르’의 기자 줄리아니 프란체스카 등 3명은 공항 도착 후 파업소식을 듣고 발을 동동 굴렀다.

이날 항공기 결항사태가 이어지면서 제주 부산 속초 등을 찾았던 관광객 등 지방공항에서 서울로 가려던 승객들도 큰 불편을 겪었다. 대한항공측은 이날 제주출발노선에 모두 48편의 항공기를 운항시킬 계획이었으나 서울행 9편, 부산행 2편, 일본 오사카(大阪)행 1편 등 12편의 항공기만을 띄웠다. 이에 따라 5000여명의 관광객이 제주를 떠나지 못한 채 공항에 몰려 혼잡이 빚어졌다.

부산 김해공항의 경우 국내선 국제선 각 5개 노선 52편이 결항돼 신혼부부 100여쌍 등 7000여명이 항공기를 이용하지 못했다. 속초공항의 경우 예약승객 1000여명이 서울 등으로 갈 교통수단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정연욱기자·제주·부산〓임재영·석동빈기자>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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