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점토론]수도권 신도시 추가건설

  • 입력 2000년 10월 15일 18시 37분


《수도권에 새로운 신도시를 건설하겠다는 정부 방침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여당인 민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건설교통부는 신도시 건설을 강행한다는 입장이다. 수도권에 집중되는 인구와 시설을 방치하면 난개발이 계속될 것이므로 이를 방지하기 위해 치밀하게 계획된 신도시를 세워야 한다는 것이 찬성론의 요지. 이에 대해 주택보급률 등을 고려할 때 신도시 건설이 시급하지 않고 신도시 건설은 수도권 팽창과 인구유입의 악순환을 초래한다고 반대론자들은 주장한다.》

▼찬성/"난개발 막고 환경도 살린다"▼

국토연구원 자료에 의하면 수도권에 거주하는 인구는 2150만명으로 전국 인구의 46%인 반면, 주택 보급률은 80%를 밑돌고 있어 아직도 주택 부족이 심각하다. 이러한 인구집중과 주택 부족률에 대한 적절한 계획과 대책이 없을 경우 수도권의 친환경적 개발은 어렵다.

최근 수도권 지역의 문제는 인구와 산업 등의 집중이 지나친 데다 난개발과 무분별한 개발, 탈법적 개발 등으로 관리가 제대로 안되고 있다는 점이다. 도시나 어떤 지역이 건전한 방향으로 계획되고 개발되기 위해서는 규제가 반드시 동반돼야 한다. 최근의 규제 완화 추세는 필요한 계획에 대한 저항과 회피를 정당화하는 경향이 있고, 약화된 규제 속에서 진행되는 도시의 개발은 난개발이 될 수밖에 없다. 수도권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개발 활용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계획과 유도 정책이 필요하고 그 수단 중 하나가 신도시 개발이다.

수도권 신도시 개발은 용인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과 같은 난개발과 무질서한 개발을 사전에 규제할 수 있는 수단이다. 아울러 수도권 지역을 환경친화적으로 개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늘어나는 수도권 인구와 택지 및 주택 부족에 대한 계획적 틀을 제시하지 않고는 친환경적인 개발을 할 수 없고 난개발과 교통체증을 막을 수 없다.

기존의 수도권 신도시 개발에 대한 여러 비판 중에는 환경친화적이지 못한 점, 자족적 여건이 마련되지 못한 점, 그리고 서울 등 주변 지역과의 교통체증 문제 등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 제기를 수도권 신도시 개발을 반대하는 관점으로 봐서는 안된다. 오히려 새로운 수도권 신도시 개발의 기준과 방향을 제시하는 것으로 보고 제기된 문제들을 풀어나갈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새로운 신도시는 고층 아파트 중심의 천편일률적인 건설이 돼서는 안된다. 다양한 주택형태와 공공 문화시설 및 상가 등 편익시설, 그리고 공원녹지 등이 서로 어울려 조성되는 자연 중심의 환경계획이 필요하다. 아울러 택지공급 등 단기적 문제 해결에만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자족적이고 환경친화적이며 지역간 교통문제 등에 대한 장기계획이 포함돼야 한다.

제2의 수도권 신도시 개발은 국가 경쟁력 관점에서도 중요하다. 국토의 균형개발과 지역간 개발격차 해소는 우리가 달성해야 할 시급한 과제다. 그러나 국토의 균형개발을 이유로 수도권이 필요로 하는 수요를 경시하면 지가 및 물류비용 상승 등으로 수도권 기능이 악화할 것이다.

수도권 기능의 정체와 악화는 결과적으로 국토의 성공적인 균형개발을 유도하지 못할 것이다. 국부와 국토기능의 상당 부분이 수도권에 있기 때문에 수도권 기능의 악화는 국토의 균형개발 이전에 국토 기능의 약화를 부를 수 있다. 국토계획의 틀은 수도권 개발과 국토의 균형개발이란 양대 차원에서 마련돼야 한다.

여홍구(한양대 교수·도시공학)

▼반대/"인구유입등 악순환만 부른다"▼

개발로 인한 부정적 파급 효과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시행되는 제2의 수도권 신도시 개발은 광역적 차원에서 볼 때 난개발과 다를 게 없다. 현 시점에서 수도권에 새로운 신도시를 건설하는 것은 여러 측면에서 문제가 많다.

첫째, 주택보급률을 기초로 산정된 주택 수급의 논리가 적정하지 못하다. 현재의 주택보급률은 단독주택의 절반과 모든 다가구주택이 2가구 이상 거주할 수 있는 구조이며 1가구가 거주하기에는 경제적 부담이 매우 크다는 것을 고려하지 않았다. 사실상 주거용으로 활용되는 오피스텔 등은 주택통계에 아예 포함되지 않았다. 이런 사실을 고려하면 서울시의 주택보급률은 거의 100%에 이른다. 향후 주거수준의 향상에 따라 지속적인 주택 공급이 필요하지만 각 도시는 이미 정해진 도시계획이나 도시기본계획을 통해 주택 수요에 대처하는 계획을 수립해 집행하고 있다.

둘째, 신도시 개발 이외의 개발을 규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 있지 않다. 현행제도에서는 신도시 후보지 이외의 국토공간에 난개발이 병행되는 것을 막을 방법이 별로 없다.

셋째, 이번 수도권 신도시 건설 구상은 광역적 차원의 고려가 무시됐다. 현재 수도권 광역도시계획이 수립되고 있다. 건설교통부의 계획은 아직 광역도시계획이 결정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신도시 후보지를 선정하는 조급함을 보였다. 신도시 건설에 대한 광역적 파급효과분석이 필요하다.

넷째, 인구 및 기능의 수도권 집중문제가 발생한다. 교통 혼잡, 환경 훼손, 기반시설 확보문제 등 수도권 과밀로 인한 불편을 우리는 이미 겪고 있다. 어떤 선진 외국에서도 우리 나라 수도권만큼 과밀한 지역을 찾아볼 수 없다. 서울시와 같은 면적(606㎢)에 1000만명이 사는 도시가 없다.

서울 인접 도시들을 포함한 서울 대도시권의 면적(2300㎢)을 기준으로 비교해도 도쿄도가 1200만명, 파리권 720만명, 대런던권 700만명이 거주하는 데 비해 서울 대도시권에는 무려 1640만명이 살고 있다. 수도권이 필요로 하는 것은 인구와 주택이 아니라 녹지와 기반시설이다.

다섯째, 수도권 집중은 지방의 저성장 및 낙후 문제를 동시에 초래한다. 올해 초 정부가 수립한 제4차 국토종합계획은 ‘더불어 잘 사는 균형국토’를 제1의 기본목표로 설정한 바 있다. 국토가 좁아서 과밀하게 살아야 한다는 수도권 집중의 논리는 수도권의 과밀화와 지방의 상대적 박탈감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결과다. 국토가 좁을수록 지방도시를 적절하게 육성해 서로 넓게 사는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

국토와 환경의 문제는 시장경제에만 맡겨서는 안된다. 시장의 실패가 있기 때문에 정부 개입이 필요한 것이다. 인구가 수도권에 몰려 있다는 것만으로 판교 일원에 자족도시라는 미명 아래 베드타운을 조성하는 등 시장경제적 대응을 한다면 정부는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창수(경원대 교수·경실련 도시개혁센터 정책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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