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대화 완전타결 될까]"최종합의는 아직…"

  • 입력 2000년 10월 10일 19시 00분


정부와 의료계의 대화가 급류를 타면서 4개월간 계속된 의료계사태가 해결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하지만 의료계 파업사태가 완전히 풀리기까지는 아직도 넘어야 할 고비가 적지 않다.

우선 의―정 양측이 일반약 낱알판매 단위 등 핵심사안에 대해 여전히 이견을 좁히지 못한 상태다. 의료계가 대체조제의 원칙적 금지 등 대부분의 항목에서 논의를 끝내고도 ‘투쟁 성과’를 극대화하며 내부 반발을 추스르기 위해 최종 합의를 미루는 측면도 있다.

이와 관련해 김재정(金在正)대한의사협회 회장은 10일 ‘회원에게 드리는 글’을 통해 “정부가 얼마간의 전향적인 자세를 보여준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까지는 만족할만한 수준이 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총파업 직후 의료계 지도부 등을 대상으로 현장조사 및 행정처분 절차를 시작하고 세무조사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최종 타결을 앞두고 의료계를 압박하는 조치로 보이지만 자칫하면 역효과를 낼 수도 있는 것도 이같은 배경 때문이다.

의료계 내부의 복잡한 의사결정 구조도 큰 변수. 의―정대표단이 합의안을 이끌어내면 의협 산하 의권쟁취투쟁위원회가 중앙위원회를 열어 수용여부를 1차로 검토해야 하고 최종적으로는 전체 회원의 투표를 통해 결정한다.

투표에는 개원의 봉직의(奉職醫) 의대교수 전임의 전공의 등이 모두 참여하므로 합의내용이 여러 직능으로부터 골고루 지지를 받아야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의료계 대표가 협상 전권을 위임받아 정부와 전격적으로 합의안을 공동발표하는 형식은 기대하기 힘들다는 뜻이다.

물론 의료계의 각 직능대표로 구성된 의쟁투 산하 10인 소위는 투표에 부쳐진 합의안이 다수의 지지를 받으면 결과에 승복하기로 의견을 모았으므로 일부 강경파가 협상에 반발하며 파업을 재강행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7월 말부터 파업중인 전공의의 경우 의쟁투의 총파업 철회 결정에도 불구하고 약사법 재개정 작업 등을 지켜보며 투쟁수위를 조절한다는 방침이어서 당분간 파업을 계속하겠지만 의―정 대화가 타결되면 단계적으로 진료에 복귀할 것으로 보인다.

의료계 일부에서는 “그동안 파업투쟁을 주도한 전공의들이 수련기간 불인정→수련의 해임→군 입영 등의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루빨리 진료에 복귀해야 한다”고 밝혀 전공의 진료 복귀가 다소 빨라질 수도 있다.

의―정 합의 다음에는 정부가 6일 제안한대로 의―약―정(醫―藥―政)협의체가 약사법 재개정 문제를 논의하는 수순이 남는다. 의쟁투는 정부발표 당시 “적절한 시기가 아니다”며 유보적 입장을 보였지만 협의 자체를 거부하지는 않았었다.

정부와 의료계―약계 관계자들이 10일 오후 서울 시내 H음식점에서 가진 모임은 의―약―정 3자간의 대화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성격이 강하다. 의약분업이 대세라면 어차피 의료계와 약계의 협조가 필요하다는 판단때문이다.

<송상근기자>song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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