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유 가격 지역따라 '들쭉날쭉'…ℓ당 최대 130원 차이

  • 입력 2000년 10월 10일 18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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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 이민형씨(34)는 이달 초 승용차를 몰고 지방을 다녀오면서 재미있는 사실을 하나 발견했다. 평소와 달리 고속도로를 피해 국도로 달린 이씨의 눈길을 잡은 것은 길가의 주유소에 걸려 있는 기름 가격판. 서울에서 ℓ당 1329원의 ‘정가’를 꼬박꼬박 내고 휘발유를 넣었던 이씨는 지역별로 가격차가 큰 걸 알고 놀랐다. 주유소마다 가격이 다른 것은 물론 어느 지역에서는 1259원, 1248원이라는 ‘헐값’에 팔기도 했다. 전북 김제 부근에서 1257원에 연료통을 가득 채우고 서울에서 주유할 때와 차액을 비교해보니 5000여원에 달했다.

기름값이 지역별로 천차만별이다. 같은 유종, 같은 정유사 제품이라도 지역에 따라 ℓ당100원 이상 차이가 나는 등 휘발유 시장에서 ‘지역차’가 심해지고 있다.

한국석유공사가 6, 7월에 조사한 ‘석유제품 유통실태’에 따르면 주유소간의 최대 가격차는 무려 312원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이는 극히 비정상적인 경우지만 이런 극단적인 사례를 제외하더라도 지역 간 가격차는 작지 않다. 응답 주유소 234개 중 휘발유 판매 가격이 ℓ당 1140원 미만인 곳은 34개, 1200원 이상이 82개로 나타났다.

9월중 지역별 평균 판매가격에서도 ‘지역차’는 마찬가지였다. 서울과 부산 대구 인천 등이 1308∼1322원인 반면 충북 전북 등은 이보다 최대 40원 이상 낮았다. 최고가격(1350원)과 최저가격(1220원)간의 차이는 무려 130원.

정유업계에서는 이 같은 가격차는 ‘덤핑유’유통에 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정유사의 비정상적 유통경로를 통해 흘러나오는 덤핑유는 대개 현찰 거래여서 그만큼 주유소의 구매가격이 싼 것이다. 또 서울 등 수도권이나 대도시에 비해 군소도시 읍면 지역일수록 지대나 금융비용 부담이 작아 가격 인하 여력이 많다. 최근에는 수입유류도 가격차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가격경쟁에 의한 것도 있지만 덤핑유 등 비정상적인 거래에 의한 것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이명재기자>m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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