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 기관장 지출 분석]한달 17차례 8만원 식사

  • 입력 2000년 9월 26일 18시 39분


‘1월5일 P오리농장 8만원, 6일 K숯불갈비식당 8만원, 7일 P오리농장 8만원, 10일 K숯불갈비식당 8만원, 11일 J곰탕 8만원, 12, 13, 14일 K숯불갈비식당 각 8만원…25일 T칼국수 8만원, 27일 K고기마을 8만원….’

26일 본보가 단독입수한 대전지역 한 기관장의 올 1월 판공비 카드사용 명세서 중 일부이다.

그가 한달 동안 4개 특정식당에서 무려 17차례 식사를 했거나 접대한 것으로 돼 있는데 묘하게도 사용금액이 모두 8만원이라는 점이 눈에 띈다.

그가 ‘8만원짜리 식사’를 한 것은 2, 3월에도 계속 이어진다.

카드회사의 한 관계자는 “특정식당에서, 그것도 수십차례의 식사비가 동일하게 8만원으로 계산됐다는 점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잘 아는 식당에서 현금을 뺀 뒤 판공비를 사용한 것처럼 위장하는 이른바 ‘카드 깡’의 전형적인 수법으로 보여진다”고 지적했다.

대전 충남지역 기관장 36명의 판공비 집행내용이 시민단체의 요구에 의해 하나씩 공개되면서 ‘냄새나는 집행’ 흔적이 잇따라 발견되고 있다.

과다사용은 물론 ‘카드 깡’수법을 통한 현금인출로 결국 공금횡령까지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역시 대전의 한 교육청은 1월 중순경 중구 유천동의 이른바 ‘텍사스 촌’에 있는 K업소에서 접대비로 91만원을 지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곳은 윤락과 변태영업이 성행하는 곳으로, 청소년출입 금지구역으로 지정된 곳이기도 하다. 무슨 이유로 교육청이 이곳에서 접대비를 사용했는지 의문이다.

이처럼 기관장들의 판공비 집행내용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은 과거와는 달리 시민단체가 지출결의서 영수증 목록까지 공개를 요구하며 소송까지 불사하겠다고 밝히자 해당 기관들이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관련 서류를 모두 공개했기 때문.

이에 따라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실에는 36개 기관에서 제출한 판공비 관련 서류가 1t트럭 한대 분량에 이르고 있다.

이 단체는 10명의 ‘판공비 분석 도우미’를 모집해 분석방법을 교육한 뒤 집행내용에 대한 정밀분석에 들어가 10월 중순이면 판공비 실체가 드러날 전망이다. 그러나 일부 기관은 기관장의 ‘사생활 침해’를 이유로 영수증 목록 등의 공개를 거부하고 있어 시민단체와의 사이에 논란이 예상된다.

이 단체의 한 관계자는 “모 기관장은 공휴일에 특정업소에서 수백만원을 사용하는 등 모두 수천만원까지 사용해 현금 동원을 목적으로 한 ‘카드 깡’ 흔적도 있다”며 “의심 가는 부분에 대해선 추가자료 요구, 업소 및 접대 대상자에 대한 실사도 벌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전〓이기진기자>doyo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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