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모습 잃는 신도시]"값싸고 은밀" 외지인 북적

입력 2000-09-25 18:50수정 2009-09-22 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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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인 24일 오후 6시경 경기 성남시 분당신도시 백궁역 앞 한 러브호텔. 남녀 한 쌍이 타고 있는 서울 번호판의 흰색 EF쏘나타가 한 모텔 주차장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빈 방이 없는지 다시 나와 최근 개장한 다른 러브호텔로 사라졌다. 이날 이 곳 러브호텔 주차장들에는 일요일 저녁인데도 고급 승용차들로 가득했다. 자동차 중 상당수가 서울 차량들이었으며 간혹 인천 차량들도 눈에 띄었다.

▼모텔손님 30% 서울서 원정▼

고양시 일산 신도시. 자유로를 이용할 경우 서울 강북지역에서 자동차로 20∼30분 거리에 있는 데다 북쪽으로 좀더 올라가면 임진강변의 참게와 황복 등 좋은 먹을거리가 널려 있어 남의 눈을 피하려는 남녀에겐 더할 나위 없는 장소로 꼽히고 있다. 이곳 R모텔 종업원 최모씨(22). “최근 낮에 호수공원의 정취를 즐긴 뒤 자유로를 따라 임진강변의 풍경을 감상하고 근처의 음식점에 들러 값비싼 황복이나 참게를 맛본 뒤 술 마시고 러브호텔로 향하는 게 코스화돼 있다”고 말했다.

일산과 분당 등 신도시에 우후죽순 생겨나는 러브호텔과 심야나이트클럽 등 위락시설들에는 신도시 주민보다 외지인들의 출입이 더 잦다.

서울 등 외지인들이 신도시로 환락을 위해 원정가는 것. 분당의 한 모텔 종업원은 “교통편이 편리한 서울 강남이나 수지 등지에서 오는 손님들이 전체 손님의 30% 가량은 차지하는 것 같다”며 “최근에 지어져 깨끗한 인테리어와 실내 분위기도 이들이 선호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분당 서현역과 미금역 근처 나이트클럽과 유흥업소에는 서울보다는 인근 광주군과 용인시 지역에서 원정온 향락객들로 붐비고 있다. 서울까지 나가지 않아도 비슷한 수준의 분위기를 즐길 수 있기 때문.

일산 신도시 내에는 나이트클럽 5개, 유흥주점 22개, 단란주점 30여개 등이 영업 중이다. 이 중 가장 큰 나이트 클럽의 면적은 1500㎡로 서울보다 큰 규모는 아니지만 확실한 부킹을 내세워 일대 상권을 장악한 상태. 여성의 경우는 일산 주민이 많고 남자들은 대부분 서울서 원정오는 게 보편적이다. 윤모씨(32·회사원·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는 “한 달에 두세번 일산의 나이트클럽으로 놀러가는 데 매번 만나는 여성은 일산에 산다고 말했다”며 “서울이 아니라 아는 사람 만날 일도 없어 가볍게 놀기엔 그만”이라고 말했다.

▼"접대 절반정도는 일산서"▼

H그룹 계열사의 영업팀 오모 대리(31)는 “접대를 하거나 받을 때 절반 정도는 일산에서 한다”며 “서울과 가까우면서도 서울과 떨어져 있다는 은밀한 분위기 때문에 비밀스러운 계약을 앞뒀으면 더욱 일산을 찾게 된다”고 말했다.

유흥주점이나 단란주점은 접대가 많은 회사원들의 발길이 상당수를 차지한다. 일산이 유흥 중심지로 소문나면서 접대를 받는 측에서도 일산으로 가자고 요구하고, 접대하는 쪽에서도 서울 강남보다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장점이 맞아떨어진다.

서울택시들은 아무리 늦은 시간이라도 차를 유흥가 곳곳에 세워둔 채 영업하고 있다.

<고양·성남〓이동영·남경현기자>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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