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운영씨 수사]信保 김주경씨 "李씨 비리 사직동팀에 제보"

  • 입력 2000년 9월 22일 19시 12분


신용보증기금 대출보증 외압 의혹 사건을 수사중인 서울지검 특수1부(이승구·李承玖부장검사)는 22일 전 신보 영동지점장 이운영(李運永·52)씨의 도피를 도운 혐의를 받고 있는 전 국가정보원 제주지부 부지부장 송영인(宋永仁·58)씨를 긴급 체포해 그 경위와 배후 등을 조사하고 있다.

검찰은 또 당시 이씨와 같은 지점 팀장으로 근무하면서 이씨의 비리 혐의를 사직동팀에 제보한 것으로 알려진 김주경(金周慶·47·현 강남지점 팀장)씨를 소환해 제보 경위를 조사했다.

▽도피 방조 및 배후 수사〓김대중(金大中)정부 출범 이후 직권 면직된 국정원 간부들의 모임인 ‘국가 사랑 모임(국사모)’ 부회장을 맡고 있는 송씨는 이씨의 동국대 3년 선배로 이씨를 직접 돌보며 일기 및 녹취록 공개와 기자회견 등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송씨가 해외로 도피하려한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송씨의 서울집으로 수사관을 보내 송씨를 긴급 체포했다. 검찰은 송씨 외에 국사모 회원이나 정치권 인사 등이 조직적으로 이씨의 도피를 도왔는지를 수사하고 있다.

검찰은 21일 이씨 기자회견 장소에서 연행한 오홍명씨 등 이씨가 대학시절 가입한 동아리인 ‘구농복지회’ 선배 3명을 이틀째 조사했다.검찰은 이들에 대해 23일 범인 은닉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제보 경위〓김주경씨는 “98년 10월 순천소장으로 근무할 당시 이씨의 대출보증 청탁을 거절한 적이 있는데 그 뒤 영동지점에서 함께 근무하게 되자 이씨가 나에게 갖가지 불이익을 줘 불만이 많았다”고 말했다.

김씨는 “그런데다 이씨가 대출 보증을 할 때마다 리베이트를 챙기는 행태를 보고 공분(公憤)을 느꼈다”면서 “지난해 3월 말∼4월 초 사직동 팀 간부와 가까운 고교 후배 등 2명을 통해 이씨의 비리를 간접적으로 사직동팀에 제보했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김씨가 구속기소된 아크월드 대표 박혜룡(朴惠龍·47)씨와 고교 동기인 점 등에 비춰 그가 박씨와 박지원(朴智元) 전 문화관광부 장관 등과 협의해 ‘보복 수사’를 사직동팀에 의뢰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이 부분에 대해서도 수사하고 있다.

▽대출보증 압력 여부 및 이운영씨 혐의〓검찰은 박혜룡씨와 동생 현룡(賢龍·39)씨를 21일에 이어 22일에도 다시 소환해 이씨와 대질 신문했다. 박씨 형제는 대출보증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압력을 행사했다는 이씨의 주장을 부인했다. 검찰은 또 이씨가 W사 대표 유모씨 등 6명으로부터 골프 접대 등 향응을 포함해 1400여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가 확인돼 23일 이씨에 대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뇌물수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하겠다고 밝혔다.이기배(李棋培) 서울지검 3차장은 “유씨 등이 이씨에게 돈을 준 정황을 구체적으로 진술했으며 유씨 등의 회사 경리장부와 돈을 빼준 계좌 등 물증도 확보했다”고 말했다. 21일까지 “외압 부분만 조사받겠다”며 진술을 거부했던 이씨는 22일 일부 사안에 대해 진술하고 있지만 돈을 받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고 검찰이 전했다. 검찰은 이씨를 사법처리한 뒤 신보 손용문(孫容文) 전무를 23일 소환하는 등 대출보증 외압 의혹에 대해 수사할 계획이다.

<이수형·이명건기자>sooh@donga.com

▼김주경씨 "李씨 결재 미뤄 속타는 업체서 돈받아"

▼다음은 신용보증기금 전 영동지점 팀장 김주경(金周慶·현 강남지점 팀장·47)씨와의 일문일답.

―이운영씨가 거래 기업체로부터 돈을 많이 받았나.

“영동지점장으로 있으면서 대출보증 대가로 업체로부터 수시로 돈을 받았다. 아크월드의 대출보증과 관련해 외압은 없었다.”

―어떤 식으로 돈을 챙겼나.

“이씨는 팀장이 대출보증을 허가하는 서류를 올리면 결재를 곧바로 안 했다. 기다리다가 업체로부터 문의를 받으면 ‘들어와 설명하라’고 해 만난 뒤 돈을 받았다.”

―당신은 아크월드 대표 박혜룡씨의 경복고 동창인데 대출보증 부탁을 안 받았나.

“부탁 받았다. 하지만 박씨가 요청한 대출보증액수는 이씨의 주장처럼 15억원이 아니라 5억원이었다. 이씨는 내 조언을 듣고 기존 대출보증 빚을 갚는 조건으로 박씨가 요청한 5억원에 대해 대출보증을 승낙했다. 대출보증 상한액은 해당 업체 연 매출액의 25%로 엄격히 정해져 있기 때문에 당시 연 매출액이 50억원이었던 아크월드가 15억원의 대출보증을 요구했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

―사직동팀에는 어떻게 제보했나.

“지난해 3월 우연히 만난 고교 후배에게 이씨의 비리 사실을 털어놓자 그 후배가 내 의사와 무관하게 평소 알고 지내는 사직동팀 중간 간부에게 제보했다.”

<이명건기자>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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