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銀 불법대출]'信保외압' 수사의지 있나

  • 입력 2000년 9월 9일 16시 52분


검찰이 신용보증기금 대출보증 압력 의혹 수사에 미온적 자세를 보이고 있어 그 배경과 수사 의지를 의심받고 있다.

검찰은 8일 한빛은행 불법대출 사건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보증기금 사건에서 정치권 인사에게 압력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보증기금 이운영(李運永)전 영동지점장이 검찰 조사에 응하지 않고 있어 사실 확인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보증기금 사건 수사는 서울지검 본청이 아닌, 지난해 이 사건을 맡았던 동부지청에서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의 이같은 설명은 형식적으로 볼 때 틀렸다고 볼 수는 없다.

검찰이 한빛은행과 보증기금 사건을 별개의 사안이라며 내세우는 근거는 두 가지.

우선 한빛은행 사건 수사는 은행 본점의 고발에 따라 진행됐지만 보증기금 사건은 정치권의 압력이 있었다는 ‘말’만 무성하지 그 증거가 불분명하다는 것.

또 박혜룡씨의 아크월드가 양쪽 사건에 개입돼 있긴 하지만 보증기금 사건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박지원(朴智元)문화관광부장관과 한빛은행 사건과는 무관하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1월 한빛은행 본점이 관악지점을 대상으로 실시한 감사에서 과다 대출 등의 문제점을 발견하고도 그냥 넘어가게 된 배경으로 본점 고위 간부가 거론되고 있고 그 간부에게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는 박장관이 보증기금 사건에서도 같은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해 2월 당시 대통령 공보수석이던 박장관으로부터 두 차례 아크월드에 대한 대출보증을 해주라는 압력성 전화를 받았다”는 것이 이운영씨의 주장.

이씨는 또 지난해 4월 보증기금 임원회의에서 최수병(崔洙秉·현 한국전력 사장)당시 이사장이 “청와대에서 이운영이 나쁜 놈이라고 하더라. 왜 아직까지 사표를 안 받았느냐”며 사표를 받으라고 지시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박장관과 최사장은 이같은 주장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이씨는 지난해 정치권의 외압이 있었다는 내용의 탄원서를 청와대 대검 등에 냈고 도피중인 지금도 같은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따라서 단순히 ‘말’만 있는 사건이라는 검찰의 주장은 설득력이 약하다.

검찰은 당사자를 조사해 보지도 않고 이씨의 주장을 신빙성이 약한 것으로 예단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앞으로 이 사건의 진실을 과연 제대로 파헤칠지 의문이다.

<이명건기자>gun43@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