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銀 불법대출]이운영 전 신보 영동지점장 인터뷰

  • 입력 2000년 9월 5일 18시 51분


수배중인 전 신용보증기금 영동지점장 이운영(李運永·52)씨는 5일 서울 강북구 우이동의 한 음식점에서 본지 기자와 만나 2시간 동안 박지원(朴智元)전 대통령 공보수석비서관 및 박현룡(朴賢龍·40)씨 형제의 대출 보증 압력 경위와 그동안 자신과 관련해 제기됐던 각종 의혹들에 대해 상세히 밝혔다.

쟁점이운영씨 주장관련자들의 반론
박지원장관 전화했나지난해 2월 박지원 당시 대통령공보수석비서관이 2차례 전화했다. 1차는 아크월드에 15억원 대출 보증을 부탁했다. 2차에는 “금액이 작아서 직접 지점장에게 부탁했다”고 말에 대해 5억원만 가능하다고 하자 “무슨 이유가 그렇게 많아. 일 똑바로 해. 모가지 날라가기 전에”라고 말했다.청탁하려면 호형호제하는 신용보증기금 이사장이 있는데 지점장에게 직접 했겠느냐. 그런 적 없다.
박혜룡,현룡 형제 청탁과정지난해 3월11일 박혜룡씨가 찾아와 15억원 대출보증을 부탁했다. 2,3일 후 동생 현룡씨가 찾아와 “당신 이런 식으로 할꺼야. 모가지가 몇 개가 되는지 두고볼까”라고 했다.박혜룡씨 구속 중. 현룡씨 부인.
박장관과의 타협시도설내가 직접 박장관에게 사람을 보낸 적 없다. (모교인)동국대 총동창회 차원에서 사람을 보냈을 수는 있다.5월6일, 8월30일(두번) 모두 3차례 사람을 보냈다.구속을 면하게해주면(박장관이) 전화했다는 걸 말하지않겠다고 전하기도 했다.
권노갑 민주당 최고위원과의 접촉설지난해 만난 적은 없지만 동국대 하계 졸업식 때 아내가 권최고위원을 만나 선처를 부탁한 것으로 안다. 올해 5월23일 동국대 총동창회 이사회에서 만났지만 말을 나누지는 못했다.지난해 봄 또는 여름 경에 이씨가 나를 찾아와 선처를 부탁했다.(권최고위원)

:박지원 전 공보수석의 전화압력설: ―박 전수석은 전화 압력을 넣은 적이 없다는데….

“지난해 2월8, 9일경이었던 것 같다. 오후 2시쯤 지점장실로 전화가 왔다. 통화는 1∼2분 정도였다.” 다음은 이씨가 전하는 통화 내용.

△박〓아, 이지점장이신가요. 나 대통령 공보수석인데 아크월드가 거기 거래하고 있죠.

△이〓그렇습니다.

△박〓지금 아크월드가 급성장하는 회사니까 보증을 15억원 더 좀 쓰게 해주쇼.

△이〓알겠습니다. 적극 검토하겠습니다.

△박〓잘 부탁합니다.

―통화한 뒤 어떻게 처리했나.

“아크월드 파일을 가져오게 해 검토해봤더니 97년 매출액이 13억원이고 순이익은 100만원에 불과했다. 98년 상반기 매출이 19억원으로 성장세이긴 했으나 하반기 결산이 아직 이뤄지지 않아 5억원 정도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박 전수석과 또 한차례 통화했나.

“2월12, 13일경이었다. 비슷한 시간대였다.” 이씨가 전하는 두 번째 통화 내용.

△박〓나, 공보수석인데요.

△이〓아, 예. 안녕하십니까.

△박〓일전에 내가 부탁한 것 검토 좀 해봤소.

△이〓아, 예. 직접 검토해봤습니다만 (15억원이라는) 숫자가 나오지 않습니다. 최대한 5억원은 가능하겠습니다.

△박〓(갑자기 목소리를 높이며) 최수병이사장에게 직접 얘기해도 되지만 금액이 작아 직접 한 건데 안되겠소.

△이〓하명을 듣고 어떻게든 해보려고 했는데 숫자가 나오지 않아 안타깝습니다.

△박〓무슨 이유가 그렇게 많아. 이걸 못하면 당신 자리가 날아갈 거야. 일 똑바로 해. 모가지 날아가기 전에.

(이씨는 박 전수석이 갑자기 위압적인 목소리로 얘기한 뒤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어 매우 당황했다고 밝혔다.)

―그런 내용을 다른 사람도 알고 있나.

“두 번 모두 당일 손용문이사에게 알리고 상의했다. 손이사는 98년10월경 아크월드에 대한 5억원 대출보증 만기 때 ‘잘 도와주라’고 지시한 적이 있다. 첫 전화가 온 날 오후 4시경 ‘박수석께서 친히 전화를 주셨습니다. 15억원 증액에 관한 것인데 검토해 보니 5억원밖에 안 나옵니다’라고 보고했다.”

―박수석을 사칭한 전화였을 수도 있지 않나.

“물론 그랬을 수도 있다. 지점장으로 있으면 1, 2년에 한 번꼴로 고위 기관장 사칭 전화가 온다. 그러나 스스로 공보수석이라고 밝혔고 TV에서 들은 목소리와 비슷했으며 사흘 뒤 확인 전화가 온 것 등으로 보아 전화한 당사자가 박수석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박현룡 전 청와대 행정관의 압력설

―박현룡 전 청와대 행정관이 압력을 가한 상황은….

“그가 99년 3월13∼15일경 지점장실로 찾아왔다. 그 이전에 우리 회사 반월지점의 ‘오바티오 코리아’사 대출보증 5억원 연대보증을 혜룡씨가 섰는데 그 회사가 부도나서 이를 갚아야만 추가 보증이 나갈 수 있었다. 현룡씨에게 왜 안되는지를 45분 가량 설명했다. 그는 말없이 담배를 연거푸 3대 피운 뒤 언성을 높였다. ‘당신 이런 식으로 할 거야. 모가지가 몇 개나 되는지 두고 볼까. 겁 없이 나발 불지 말고 보증이나 빨리 해’라고 쏘아붙인 뒤 나가 버렸다.”

▽사직동팀 수사문제

―사직동팀이 왜 당신을 수사했다고 보나.

“박지원장관과 가까운 박혜룡, 현룡 형제의 입김 때문 아니겠느냐. 지난해 4월22일 사직동팀 수사관이 나를 사무실에서 끌고 나오며 ‘이지점장, 당신이 죽어야 돼. 당신이 안 죽으면 내가 죽어’라고 말하기도 했다.”

▽박장관과의 타협 시도설 등

―5월6일과 8월30일 등 모두 3차례 ‘메신저’를 박장관에게 보내 선처를 부탁했다는데….

“내가 직접 보낸 적은 없다. (모교인) 동국대 총동창회 차원에서 내 사정을 알고 ‘구명운동’을 벌여온 건 사실이다.”

―권노갑 민주당 최고위원(동국대 총동창회장)도 당신이 찾아와 선처를 부탁했다는데….

“지난해 ‘권선배’를 만난 적이 없다. 지난해 동국대 하계 졸업식에서 아내가 권선배를 만나 ‘잘 봐달라’고 말한 것으로 안다.”

<하종대이승헌기자>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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