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銀 불법대출]"李부행장은 실세아닌 特勢"

  • 입력 2000년 9월 4일 19시 14분


이수길 신창섭 박혜룡씨 등 3인이 유지해 오던 관계의 실체는?

한빛은행 거액 불법대출 사건에서 이 은행의 이수길(李洙吉·55)부행장과 신창섭(申昌燮·48·구속)전 관악지점장 그리고 불법대출을 받은 아크월드 대표 박혜룡(朴惠龍·47·구속)씨의 관계가 주목을 받고 있다.

이들은 서로 만나거나 전화 등으로 긴밀한 접촉을 하는 등 일상적인 업무 관계로는 보기 어려운 ‘특수 관계’를 유지한 것이 드러나고 있어 이들의 실체적인 관계를 파악하는 것이 이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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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특히 8월 두 차례 전화 통화를 한 뒤 서로 만난 것으로 밝혀진 이부행장과 신전관악지점장의 관계에 주목하고 있다.

신씨가 8월11일 이부행장과의 통화에서 아크월드 불법대출 문제에 대한 대화를 하던 중 ‘집으로 찾아뵙겠다’고 말한 점으로 볼 때 두 사람이 단순한 상사와 부하 직원 관계 이상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

한빛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2월말 관악지점장 발령을 받은 신씨는 당시 400억원대이던 관악지점의 여신 규모를 8월12일 현재 1300억원대로 불렸다. 이 같은 실적으로 인해 관악지점은 올 상반기 영업점 평가에서 비슷한 규모의 지점들(15개) 가운데 1위를 차지해 본점으로부터 표창을 받았다.

이부행장은 한빛은행 인사위원회와 상벌위원회 위원장으로 인사 등 각종 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검찰은 이부행장이 관악지점에 대한 본점의 감사가 한창 진행중이던 8월10일 불법대출을 받은 당사자인 아크월드 대표 박씨를 직접 만난 것도 예사롭지 않다고 보고 있다.

금융계 관계자들은 “시중은행 부행장이 부실 대출의 원인 제공자로 지목받고 있는 중소기업 대표를 집무실로 불러 만났다는 사실을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이부행장은 검찰 조사에서 “박씨가 ‘박지원 장관의 조카’라며 면담을 간곡히 요청해 만났다”고 진술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한빛은행 관계자는 “이부행장은 은행내에서 실세보다 더 센 ‘특세(特勢)’로 불린다”며 올 7월 금융계 파업 당시 이부행장이 청와대 등 정치권에 대한 대외 창구 역할을 도맡아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명건·김승련기자>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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