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프라피룬' 피해 속출]제주 초속40m 돌풍 급습

  • 입력 2000년 8월 31일 18시 32분


제12호 태풍 ‘프라피룬’으로 인해 31일 제주도의 한 마을은 마치 폭격을 당한 듯 ‘폐허’로 변했다. 초속 40m가 넘는 돌풍이 휘몰아친 탓이다.

또 제주도와 서울 충남지역 등 곳곳에서 전봇대 등이 쓰러져 정전사태가 빚어졌고 아파트 유리창이 깨지는가 하면 양식장 시설이 파손되는 등 크고 작은 피해가 잇따랐다.

전남 신안군 흑산면 가거도항에서는 피항 중이던 42t급 어선 신광호 등 10척이 높은 파도에 부서져 배에 타고 있던 선원 등 20명이 부상했다.

▽제주〓이날 오전 7시경 회오리성 돌풍이 불면서 남제주군 남원읍 위미리의 주택 60여 채를 비롯해 상가와 창고 등 총 80여 곳이 부서지고 주민 34명이 다쳤다. 김예란씨(31·여) 등 3명은 서귀포의료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얼굴 등에 상처를 입은 오병희씨(73·여)는 “갑자기 천둥 번개가 치면서 ‘우당탕’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깨진 유리창이 집안으로 쏟아져 난장판이 됐다”며 “지금까지 살면서 그런 바람은 처음이었다”고 말했다.또 이 일대 전봇대와 가로수가 뽑혀 전기와 전화불통 사태가 빚어졌고 골목길에 주차돼 있던 오충국씨(59)의 1t 화물트럭 등 차량 12대가 전복되거나 파손됐다.

이와 함께 제주시내 가로등 2개와 교통신호등 5개가 파손됐으며 제주시폐기물사업소 압축기실 지붕도 부서졌다.

▽수도권〓이날 오후 8시20분경 인천 옹진군 덕적면 울도리항에 정박 중이던 유성2호(2.3t)가 완파됐고 진도2리항에 정박 중이던 전마선(0.5t)이 전복됐다.

서울에서도 초속 30m의 강풍으로 가로수 가지가 꺾여 전봇대와 엉키면서 곳곳에서 정전사태가 발생해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서초구 방배동 일대 1500가구와 강남구 도곡동 한신아파트 600여가구는 이날 오후 9시경 전기 공급이끊겼다가 1시간반 만에 복구됐다.이 밖에 양천구 목동, 강동구 천호동 일대도 30분∼1시간 정도 정전됐다. 또 일부 아파트와 단독주택 등의 유리창이 깨지고 퇴근시간 내내 극심한 교통체증 현상이 빚어졌다.

▽호남〓전남 영광과 무안지역 농경지 26㏊가 방조제 유실로 바닷물에 침수됐고 해남 171㏊, 영암 71㏊ 등 도내 1056㏊의 논에서 벼가 쓰러졌다.

또 전남 도내에서 배와 사과 등 낙과 피해면적이 887㏊에 달하는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전북에서는 군산과 부안 해안가의 저지대 주택 37채가 때마침 만조와 겹쳐 침수됐다.

<김준석기자·제주·광주〓임재영·정승호기자>jy788@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