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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8월 22일 2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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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 판결은 ‘면직처분 자체는 위법하지만 검찰 조직의 안정을 위해 복직은 안된다’는 절충형태의 ‘사정(事情)판결’이었다. 이번 판결은 이 같은 판단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심 전고검장의 복직을 허용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것.
서울고법은 “(복직 문제는) 검찰 내부에서 슬기롭게 조정 극복해야 할 문제로 면직처분을 그대로 유지할 만한 이유가 못된다”는 입장을 취했다.
22일 오후 항소심 판결 내용을 전해들은 법무부와 대검 수뇌부는 당황하는 빛이 역력했다. 법무부측은 “즉시 대법원에 상고하겠다”고 밝혔다. 대법원에서 이 판결이 확정돼 심 전고검장을 복귀시켜야 할 상황이 벌어질 경우 검찰의 고민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서열을 중시하는 조직의 특성상 후배가 검찰총장을 맡고 있는 상황에서 사시 7회인 심 전고검장에게 내줄 수 있는 자리가 마땅치 않다는 것이 검찰의 입장. 그러나 많은 검사들은 이날 판결은 상징적 의미를 가질 뿐 심 전고검장이 실제 검찰에 돌아오지는 않을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대검의 한 검사는 “심 전고검장이 명예를 회복하고 재야로 돌아간다면 검찰의 아픈 과거를 씻어낸다는 면에서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심 전고검장은 판결 직후 복직 여부에 대해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난 뒤 시간을 가지고 생각해 보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심 전고검장과의 일문일답.
―소감은….
“잘못된 검찰의 현실과 수뇌부의 처신을 비판했다고 면직처분을 내린 것은 누가 봐도 잘못된 것이며 이를 인정해준 사법부의 용기 있는 판단에 감사한다.”
―항명파동 이후 검찰의 조직운용이 개선됐다고 보는지.
“검찰이 많은 압력과 유혹을 뿌리치고 이익치 현대증권 회장과 임창열 경기지사를 구속하는 등 내가 몸담고 있을 때 보다 조직차원에서 많이 개선됐다. 그러나 인사 뒷얘기를 들어보면 정치검사들은 여전한 것 같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나. “9개월 동안의 백수생활과 그 후의 변호사 생활을 통해 서민들의 애환을 알게 됐을 뿐만 아니라 검찰과 법원의 이면도 많이 알게 됐다. 특히 검찰에 대한 불신의 목소리를 많이 들었다.”
<이명건기자>gun4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