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의료대란' 금주 최대고비…醫-政 막후협상 돌입

  • 입력 2000년 8월 9일 23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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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현행 원가의 80% 수준인 의료보험 수가를 2년내에 현실화하기로 했다.

또 2001학년도부터 의과대 입학정원을 현 수준으로 동결하고 전공의 보수를 조만간 적정수준으로 인상하겠다고 9일 밝혔다.

정부는 이날 이한동(李漢東)총리 주재로 최선정(崔善政)보건복지부장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관계장관회의를 열어 의료계의 재폐업 결정에 따른 대책을 논의해 이같이 결정하고 의료계와 막후협상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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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의료계는 기존방침을 재확인한 수준이라며 부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어 의료계 폐업사태는 이번 주가 최대 고비가 될 전망이다.

이날 대형병원에 근무하는 전공의와 전임의 파업에 이어 의대 교수들이 외래진료를 중단키로 결정했으며 동네의원 폐업 투쟁도 의협의 전면 재폐업 선언을 계기로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의료계 폐업 확산〓서울대 의대 교수들은 이날 오후 임시총회를 열고 10일부터 외래진료를 일제히 중단키로 했다. 연세대 신촌세브란스병원과 가톨릭대 의대 부속 9개 병원 교수들은 11일부터 외래환자를 받지 않는다.

이에 앞서 대한의사협회는 8일 밤 긴급 상임이사회를 열고 11일 전면 재폐업에 들어가기로 결정했으며 전임의협의회도 정부의 성의있는 조치가 나올 때까지 일체의 진료행위를 하지 않고 응급의료체계 유지에만 협조키로 결의했다.

문을 닫는 동네의원은 서울 대전 울산 경북 등 12개 시도로 늘어나 폐업 참가율이 21.7%로 하루전인 8일(16.5%)보다 높아졌다.

▽의정 협상〓최장관은 이날 밤 서울시내 모처에서 의협 및 전공의 대표를 만나 정부방침을 설명하고 사태수습안을 논의했으나 이들이 김재정(金在正)의협회장 등 구속자 석방과 의약분업 문제점 보완 등을 요구해 협상이 난항을 겪었다.

이에 앞서 최장관은 의료계 폐업을 주도한 혐의로 구속수감중인 김회장 등 의협지도부 3명을 만나 폐업사태를 대화로 해결해 나가자고 제의하면서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의사상을 만드는 데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회장은 이날 최장관과의 면회에서 “의약분업은 원칙대로 실시해야 하며 전공의 등 젊은 의사들이 (분업실시로) 정서적 공황상태에 있는 데 대해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환자불편 가중〓서울대병원 삼성서울병원 등 주요 대학병원의 경우 수술일정을 대부분 취소하고 일부 예약환자에 대해서만 외래진료를 했다. 병상가동률은 50%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에 따라 응급실 중환자실만 의대 교수들이 자원봉사형태로 근무하는 전공의들과 함께 가동하고 있어 환자들이 계속 불편을 겪고 있다.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10일 수술을 받기로 돼 있던 이상남씨(26·여)는 “9일 오전 집으로 돌아가서 기다리라는 연락을 받았다”며 “수술약속을 아무런 거리낌없이 어긴 의사들의 양심에 분노를 느낀다”고 말했다.

<문철·송상근기자>full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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