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경매價 조작 수억원 챙긴 경매사-도매인 적발

  • 입력 2000년 7월 13일 18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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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산물의 경매 낙찰가격을 조작해 수억원을 챙기고 이 과정에서 뇌물을 주고받은 농협공판장 경매사와 중간도매인들이 무더기로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13일 농산물 경매 후 컴퓨터에 자동 기록된 낙찰가를 낮은 가격으로 고쳐 입력해 3억3000여만원을 빼돌려 중간도매인들과 나눠 가진 혐의(컴퓨터 등 사용사기 뇌물수수죄)로 서울 송파구 농협중앙회 가락공판장 경매과장 소모씨(40) 등 경매사 4명을 구속했다.

경찰은 또 같은 혐의로 경매사 손모씨(39) 등 5명과 경매사들에게 400여만원의 뇌물을 준 중간도매인 이모씨(38) 등 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소씨는 98년 7월경 농민 김모씨가 출하한 단감을 경매하면서 실제 낙찰가인 상자당 2만3000원을 컴퓨터 기록에서 1만9000원으로 고치는 등 지금까지 매일 30여건의 낙찰가를 고쳐 챙긴 2억여원을 중간도매상들과 나눠가진 혐의다.

중간도매인 이씨는 99년 2월경 소씨가 조작한 낙찰가로 농산물을 싸게 구입하고 그 대가로 10여만원을 주는 등 지금까지 경매사들에게 180여만원을 준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조사결과 이들은 지방 농민들이 일손 부족으로 지역 조합의 대리인들에게 농산물 판매를 맡겨 직접 경매과정을 확인하지 못하는 점을 이용해 이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같은 수법의 경매비리가 부산 대구 등 전국 13개 공판장에서도 이뤄지고 있다고 판단, 수사를 확대하고 있으며 비리 혐의자들과 농협중앙회 간부들과의 유착도 조사중이다.

<최호원기자>bes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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