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勞-政협상 타결]막판까지 숨가빴던 협상과정

  • 입력 2000년 7월 11일 23시 29분


총파업을 하루 앞둔 10일 밤 10시경 정부측 이헌재(李憲宰)재정경제부장관 이용근(李容根)금융감독위원장 등과 노조측 이용득(李龍得)금융노조위원장 등 협상 당사자들은 입을 굳게 다문 굳은 표정으로 3차 협상을 위해 서울 명동 은행회관을 찾았다.

이윽고 2시간 가까이 된 밤 11시50분. 김병석(金炳石)노사정위원회대변인은 “정부와 노조의 실무협상팀을 꾸려 현안을 논의한 뒤 본 협상을 돌입한다”고 밝혀 대타협을 예고했다.

그러나 회담장에서는 간간이 고성이 흘러나왔고 11일 오전 2시 실무협상이 결렬됐다며 노조측 대표자들이 회담장을 박차고 나왔다. 이어 잠시 뒤 이장관을 포함한 정부측과 노조측의 공식노정협상이 재개됐고 오전 4시40분경 이노조위원장이 기자들에게 “현장에서 봅시다”라며 협상장을 떠났다. 노사정 협상은 순간 결렬 쪽으로 기울었다.

오전 9시경 다시 노정간 실무협상이 은행회관에서 열리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자 타협의 실마리가 보이는 듯했다.

오후 1시 이금감위원장이 명동성당의 이노조위원장을 찾자 사태는 급진전됐다. 두 위원장이 독대를 위해 명동성당내 교육관에 들어간 뒤 오후 2시반경 노조측의 하익준정책부장은 “정리할 사항이 있다”며 노트북 반입을 요청하자 타결된 합의문이 나오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불러일으켰다. 이 때부터 사진기자와 취재기자 등 100여명이 모여들기 시작해 오후 3시경 한 통신사는 ‘협상타결’로 1보를 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한시간 이상 끌던 협상은 3시50분경 하정책부장이 나와 “협상은 결렬이다. 타결 소식은 연세대의 파업대오를 흐트러뜨리기 위한 교란 작전”이라고 말하자 다시 결렬로 급반전됐다.

결렬로 가닥이 잡히려는 순간 김호진(金浩鎭)노사정위원장은 “협상이 거의 타결됐다. 양측 주장과 합의사항을 정리하던 중 마지막 단계에서 의견차가 있었다”며 “1시간 뒤 협상이 계속된다”며 정반대 분위기를 전했다.

이후 오후 6시반경 노조지도부가 은행회관으로 속속 도착해 협상을 진행했으며 7시반경 김노사정위원장의 노정간 협상이 타결됐다고 발표했다.정부측의 관계자는 “일부 은행의 파업철회로 노조지도부가 당황하는 빛이 역력했다”며 “오후부터는 노조가 밀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노조위원장이 “기업 외환은행의 파업철회에 가슴이 쓰라렸다”고 말한 것으로 보아 두 은행의 파업철회가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관계자들은 분석하고 있다.

<김승련·이나연기자>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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