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 대형-고급화 바람

  • 입력 2000년 7월 2일 20시 11분


“어 여기 약국 맞아? 완전 호텔급이네.”

의약분업 실시 첫날인 1일 병원 처방전을 들고 서울 송파구 풍납동 D약국을 찾은 주부 박모씨(52)는 확 달라진 약국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1층에 들어가자 6명의 약사가 컴퓨터 모니터로 인근 병원에서 들어오는 온라인 처방전을 확인하며 손님을 받느라 여념이 없었다. 지하 1층 조제실에선 약사들이 1층에서 받은 주문대로 약을 조제하고 있었다. 약을 주문한 박씨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2층 대기실로 올라가 잡지, TV 등을 보며 기다리기만 하면 됐다.

“깜짝 놀랐죠. 3층 의약품 창고엔 1000여종의 의약품이 말끔하게 정리돼있다고 하더군요. 동네 약국만 다니던 습관 때문인지, 한마디로 놀랍기만 하네요.”

▼셔틀버스까지 운행▼

약을 받아든 박씨를 한번 더 놀라게 한 것은 셔틀버스. 손님들을 위해 약국은 1시간 단위로 인근 마을과 종합병원을 도는 셔틀버스를 제공하고 있었다. 이 약국은 최근 10여명의 약대생을 아르바이트로 채용하고 8000만원짜리 자동약품조제기도 주문하는 등 투자를 멈추지 않고 있다.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 I약국은 최근 전체 4층 건물 중 임대를 줬던 2층과 4층까지 비우게 한 뒤 약국을 크게 확장했다. 건물 전체가 약국이 된 셈.

1층은 환자대기실 및 접수처, 2층은 조제실, 4층은 약품창고로 운영중이다. 연세 세브란스병원의 처방약품 1500여종 중 이미 1200여종을 구비했다. 1층 인테리어 공사와 종합병원 조제실에서 쓰는 첨단 약제장비 구입 등 약국 대형화를 위해 투자된 돈은 1억원.

▼50%가 증개축-전산화▼

대한약사회에 따르면 전국 1만9000여곳의 약국 중 50%가 건물을 증개축하거나 시스템을 전산화하는 등 ‘약국 투자 붐’ 이 일고 있다.

5월부터 확장공사에 들어간 한 약국 관계자는 “환자 대기실과 조제실 등을 갖추는 공사에 8000만원 가량 투자했다”며 “과잉투자가 아닌지 걱정도 되지만 초대형 건물과 서비스를 갖추지 못하면 도태된다는 판단에 따라 변신을 시도했다”고 말했다.

<최호원기자>bes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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