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의료체계에서 국공립병원 보건소 등 공공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10%가 채 못된다. 미국의 30%와 유럽의 90%에 비하면 턱없이 낮은 수준이지만 이 부문이 아픈 시민들의 ‘마지막 숨통’ 역할을 해낸 것. 이번 의료대란 동안 가장 바빴던 곳은 ‘1339’ 응급 의료정보센터. 20일부터 5일간 전국의 12개 센터에서 처리한 문의전화 건수는 17만4400건으로 이는 1년치 처리량과 맞먹는다.
같은 기간 국립의료원 보라매병원 등 전국 59개 국공립 및 시도립병원에는 평소보다 50% 가량 많은 하루평균 2만3800명의 환자가 몰려들었다. 국립의료원의 경우 전공의 136명이 진료를 거부, 전문의 71명이 매일 1500명의 외래환자와 100명의 응급환자를 돌본 것. 이들의 평균 수면시간은 2시간 정도. 헌신적인 진료에 환자들은 꽃다발과 떡바구니로 감사의 뜻을 표했다.
보건소와 보건지소 1522곳에도 사람이 몰려 22일 전국적으로 환자수가 11만9000명에 이르렀다. 이밖에 19개 군병원도 개방돼 하루평균 1000명 안팎의 민간환자를 돌봤다. 보건복지부 이상영(李相泳)보건자원정책과장은 “의료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누리는 민간 의료기관에 대한 견제수단으로 공공 의료체계를 확대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진영·차지완기자>eco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