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대란 상황별 시나리오]의료계-정부 틈새서 불안 초조

  • 입력 2000년 6월 19일 19시 40분


의료계 집단 폐업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19일 정부와 의료계는 긴장감 속에 분주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보건복지부는 이날 오후5시부터 ‘의약분업 비상대책본부 상황실’을 가동했고 의료계는 전국 시군구 의사회별로 폐업 준비 상황을 점검했다. 사상 유례없는 ‘의료 대란’이 어떻게 전개될지 정부 시나리오를 중심으로 전망해 본다.

▽상황A(3일 이내 종료)〓전국 의원 1만8000여곳 중 90% 이상이 폐업에 들어간다. 의사 3만301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폐업 찬반 투표에서 98.9%가 찬성한 점을 감안하면 당연한 결과다.

4월 4∼6일에 벌어졌던 전국 의원의 집단 휴진 사태와 큰 차이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번에는 전국 병원의 인턴 레지던트 등 전공의들이 동참해 상황은 ‘대란’을 넘어 ‘재난’ 국면이다.

전공의들은 긴급한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응급실 중환자실 수술실 분만실 근무를 제외하고는 전면 파업에 들어가 실력 행사의 강도를 높였다. 일부 봉직의(奉職醫)도 부분적으로 동조하는 분위기.

병의원이 완전히 문을 닫는 건 아니어서 국민이 다소 불편하지만 위험하지는 않다. 여론을 감안해 의원의 10% 정도는 계속 외래환자를 진료하고 병원도 일정 부분은 외래진료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각 시도는 비상진료 대책본부와 1339응급의료정보센터를 통해 환자를 병원이나 의원으로 안내해 주고 일부 환자는 의료 대란을 예상해 미리 병의원이나 약국에서 약을 구해 놓은 상태여서 그럭저럭 견딜 수 있다.

▽상황B(3∼7일간 지속)〓전국 의원이 계속 환자를 받지 않고 일부 병원의 전공의들은 응급실과 중환자실 근무까지도 거부하는 상황. 대부분의 병원에서 외래진료를 받는 게 불가능해진다. 근무하는 의사수가 부족하고 그나마 초인적 인내로 견디고 있는 의사들도 과로와 수면 부족으로 지쳐 환자를 볼 수 없는 상황.

의료계 집단행동이 이처럼 사흘을 지나 일주일 가량 계속되면 국민 불편도 극도에 달하게 된다. 정부가 비상 진료체계를 강화하는 것도 이때부터이다.

우선 국공립병원 보건소 경찰병원 보훈병원 등 공공의료기관이 총동원된다. 도심의 21개 군병원이 민간인에게 개방되며 한방병원 한의원 약국 조산원이 대체 의료 수단으로 환자를 돌보게 된다. 약국의 경우 개방 시간이 밤 10시에서 12시까지로 2시간 연장된다.

정부는 공중보건의가 배치된 민간 의료기관이 집단 폐업에 참여하는 즉시 공중보건의를 회수, 공공의료기관에 재배치하고 폐업이 끝난 뒤에도 원래 근무하던 병원에 보내지 않을 방침이다.

다행히 병원의 간호사와 기능 행정직 직원이 가입한 전국보건의료노조는 폐업에 동참하지않기로 결정해 일부 병원에선 간호사들이 폐업에 불참한 의사들과 함께 환자를 돌본다. 간호사 자격을 가진 자원봉사자도 공공의료기관에 투입된다.

정부는 집단행동을 금지하는 내용의 지시 명령과 업무개시명령을 위반한 의료계 일부 인사에 대해 고발 및 사법조치에 들어가고 본보기를 위해서라도 국방부와 협의해 일부 전공의를 입영 조치한다.

▽상황C(7일 이상 장기화)〓B단계의 비상진료대책이 계속 유지되지만 1주일 이상 이어지면 폐업에 참여하지 않은 공공의료기관과 병의원의 의사들이 체력적으로 한계를 느끼고 시설 수용 능력이 모자라는 상황에 다다른다.

공공의료기관을 중심으로 극히 일부 병원의 응급실 중환자실만 정상 진료가 가능하지만 이마저 시간이 흐를수록 힘들어진다.

환자와 그 가족들은 의료 대란의 후유증이 불편한 수준을 넘어 환자의 생명을 위협하게 되자 정부는 물론 의료계에 노골적인 불만을 터뜨린다. 환자 가족이 병의원에서 진료를 거부하는 의료인과 심한 몸싸움을 벌이거나 기물을 파괴하는 ‘사고’도 저지르게 된다.

시급을 다투는 환자를 일부러 진료하지 않거나 돌보기 힘든 상황이 되면 국민 불만이 격렬한 방법으로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범정부 차원에서 특별비상조치를 검토하는 ‘최악의 수순’이다.

보건복지부 이상영(李相泳)보건자원정책과장은 “A단계가 국민이 다소 불편을 겪으면서도 의료 대란이 가장 원만히 끝나는 수순인데 실제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전혀 모른다”고 말했다. 정부와 의료계는 상황 변화에 따라 여론이 어느 쪽 손을 들어줄지 고민하는 중이다.

<송상근기자>songmoon@donga.com

의료대란 상황별 시나리오와 정부대책

구분

상황A

상황B

상황C

기간

폐업시작후 3일내 종료

3~7일 지속

7일이상 장기화

상황

-의원 90%가 집단 휴진

-병원 전공의가 응급실, 중환자실 제외 전면 파업

-봉징의사 부분 파업

-일부병원 정상 진료

-의원 90%가 집단 휴진

-병원 전공의가 응급실, 중환자실 포함해 전면파업

-봉직의사 부분 파업

-일부병원 진료 축소

-의원 90%가 집단 휴진

-병원 전공의가 전면파업

-봉직의사 부분 파업

-일부 병원 진료불가능(응급실중환자실만 가동)

대책목표

폐업 범위 최소화

비상진료체게 총동원

특별조치(?)

세부내용

-폐업 철회 유도, 폐업신고서 수리 거부

-업무개시명령

-이용가능 병원안내

-공공의료기관 약국 연장근무

-응급의료기관을 일반외래환자에 개방

-공공의료기관 24시까지 연장근무

-군병원 민간에 공개

-한방병의원 약국 조산원 등 대체의료수단 총가동

-자원봉사 적극 활용

-폐업참가 민간병원의 공중보건의를 공공의료기관에 재배치

-'상황B'단계의 비상진료체계 지속적

운용

-장기화되면 대처 곤란

의약분업 10대 장점

의료계 주장

정부 입장

■ 의약품 전면 재분류

■ 시행뒤 의약품 평가 통해 재검토

■지역의보재정 50% 국고지원

■재정여건감안해 확대 노력

■약사법 재개정

-임의조제 조장하는 39조2항 개정

-약사의 판매조제기록부 법적 완비

■시행뒤 보완

-임의조제 아닌 일반약판매 규정

-2년간 보존토록 규정되어 있음

■ 약화사고책임소재명확화

■약사법 명시됐지만 시행뒤 보완

■약사임의의진료근절

-대체조제시 의사의 사전 동의

-일반약 최소판매단위 30정으로

■의약계 합의따라 약사법에 명시

-처방변경시 의사 사전동의 필요

-국민부담늘어 즉각 수용곤란

■의약분업 시범사업 실시

■현 시점에서 실시하기는 곤란

■처방료와 조제료 현실화

■인상했지만 시행뒤 다시 조정

■ 보험심사평가원 완전 독립

■심사평가 독립성 최대한 보장

■완전한 의료전달체계 확립

■중소병원 전문화 등 정책검토

■보건복지부장관등 문책

■언급없음(사실상 수용곤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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