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서울시민 반응]"한핏줄"감격…"이질감"당혹

  • 입력 2000년 6월 13일 18시 38분


13일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순안공항 도착과 북한측의 영접 행사 등을 TV화면을 통해 지켜본 시민들은 이번 남북정상회담이 민족의 화해와 통일의 큰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하며 감격을 표시했다. 일부는 군중의 열렬한 함성과 몸짓 등 다소 이질적인 모습에 충격과 당혹감을 느끼기도 했다.

이북 7도 도민회 평안남도 중앙도민회 유명철(劉明哲·68)사무국장은 “가려졌던 북한의 베일이 한풀 벗겨진 느낌”이라며 “회담 일정이 하루 순연된 것도 이해가 간다”고 말했다. 이날 도민회 사무실에서는 20여명이 모여 TV뉴스를 보며 ‘이번에는 고향에 갈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을 서로 나누기도 했다.

주부 이은정(李銀貞·30·경기 고양시 덕양구 고양동)씨는 “반공교육을 받은 세대라 머릿속에 북쪽은 빨강, 남쪽은 초록이란 지도가 입력돼 있는데 이제 한가지 색으로 연결될 수 있는 계기가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여대생 황주윤(黃柱潤·20·경희대 지리학과2)씨는 “열광하는 북한사람들을 보며 너무 감동해 피가 거꾸로 솟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나를 비롯한 N세대들에게도 ‘민족은 하나’라는 강한 자극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학교 학생들은 이날 기말 시험기간인데도 모두 매점이나 구내식당 TV 앞에 몰려 김대통령의 방북과정을 지켜봤다.

회사원 김행수(金幸秀·40·광주 북구 동림동)씨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직접 공항에 나와 영접한 것은 북한이 이번 회담에 상당한 기대를 걸고 있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라며 “이번 회담이 적대와 불신의 시대를 마감하고 새천년 민족사의 중요한 획을 긋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평생을 감옥에서 보내고 지난해 출소한 뒤 탕제원을 운영하는 미전향 장기수 최선묵(崔善默·72·대전 동구 인동)씨는 “전날밤부터 떨리는 가슴을 쓸어내리다 잠을 한숨도 이루지 못했다”며 “남북 정상이 만났으니 이제 장기수의 북송도 추진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세계의 이목을 의식한 각본이 아니냐는 다소 냉소적인 분석도 없지 않았다.

회사원 서창범씨(28·서울 용산구 한남동)는 “평양 시민들이 발을 구르면서 온몸으로 보내는 환호와 열광에 매우 놀랐다”며 “그들의 격렬한 환영의 몸짓이 진심어린 것인지, 단지 보여주기 위한 훈련된 동작인지를 알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삼성서울병원 변재준(卞在俊·41)가정의학과장은 “인민군 의장대가 김대통령에게 열병, 분열식 등 행사를 개최하는 것을 보고 지금도 총칼을 겨누고 있는 휴전선 생각을 하며 다소 당혹스러웠다”고 말했다.

<사회부·이슈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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