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분업 모의테스트]조제시간 길어 "싫어"

  • 입력 2000년 6월 8일 00시 18분


다음달 1일부터 시행되는 의약분업의 준비상황을 점검하기 위한 모의 테스트가 7일 서울 국립의료원에서 실시됐다.

새로운 제도로 국민은 물론 병의원과 약국이 겪을 불편이나 시행착오를 미리 파악해서 보완책을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약국에 원하는 약품이 없거나 조제시간이 길어 불편하다’는 의견과 ‘약사로부터 자세한 설명을 들어서 좋다’는 반응이 엇갈렸다.

▽대기시간이 길다〓이날 테스트는 내과 소아과 이비인후과 등 3개 과(科)의 환자 중 희망자 26명을 골라 보건복지부 직원과 시민단체 회원 등 평가위원들이 병원에서 약국까지 동행하면서 점검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환자들이 의사의 처방전을 받은 뒤 병원 인근의 약국을 찾아 조제와 복용 상담에 이르기까지 걸린 시간은 15분 정도. 환자 유모씨는 “종합병원에서 약을 받을 때까지 20∼30분 가량 기다리던 데 비해 오히려 대기시간이 짧았지만 자동약포장기를 갖추지 못한 약국은 시간이 오래 걸려 노약자가 불편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고재욱 국립의료원 소아과장은 “일본이 3세 이하의 유아를 응급환자로 분류해 의약분업 대상에서 예외로 인정하는 점은 참고할 만하다”고 말했다.

▽필요한 약이 없다〓환자 불편을 줄이려면 의사의 처방전이 있어야만 약사가 조제해 주는 전문의약품을 약국이 갖춰야 하는데 이날 테스트 결과 일부 약국에 환자가 필요한 약이 없어 인근 도매상에서 구해오는 문제점이 나타났다.

이비인후과를 찾은 이상례씨(76)는 셉타신주와 이세파신주 등 2종의 주사제를 처방받아 인근 약국을 찾았으나 약품이 비치돼 있지 않아 인근 도매상에서 구해오는 바람에 20여분을 더 기다려야 했다.

다른 약국에서는 천식환자에게 오젝스라는 2주일분의 항생제(56알)를 주도록 처방됐는데 같은 증상의 환자가 찾아오자 약이 떨어져 역시 도매상에서 배달받았다.

평가위원은 “성미 급한 환자들에게 약이 없어 주문했으니 더 기다리라고 말하면 금방 약사에게 항의할 것. 대기 중인 환자를 위해 소파와 잡지 등 편의시설을 갖춘 점은 긍정적”이라고 기록했다.

▽복용안내는 친절〓환자들이 가장 만족해하는 부분은 약사로부터 자세한 복용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는 점.

콧물과 기침 증상으로 내과를 찾은 김모씨는 병원 후문 쪽의 약국을 찾았는데 약사는 약을 조제해 준 뒤 복용 방법을 차근차근 설명해 줬다. 김씨는 “전에 병원이나 약국으로부터 이런 대접을 받아본 적이 없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모의 테스트는 서울에서 8일까지 계속되며 9∼10일에는 경기 안산시와 군포시의 중소 병의원 및 보건소와 약국에서 실시된다. 보건복지부는 테스트 결과를 분석해서 15일까지 보완책 마련에 반영할 방침이다.

<송상근기자>song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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