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춘전쟁 내부의 敵]김강자서장 "내가 부임하기전의 일"

  • 입력 2000년 5월 26일 19시 33분


‘미아리 텍사스촌’ 윤락업소와 경찰의 유착비리와 관련해 관할 서울 종암경찰서 김강자(金康子·사진)서장은 26일 기자회견을 자청,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는 발언으로 일관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김서장은 회견시간 대부분을 이번에 문제가 된 사건이 자신의 부임전 일임을 강조하는데 할애했다. 사건개요를 설명할 때도 “안모경사가 장수파출소로 발령난 99년 3월은 제가 부임하기 전입니다. 그리고 12월, 다시 말해 제가 부임하기 전에…”라는 식으로 일일이 부임 전후를 구분지으며 말했다.

김서장은 또 “미아리 텍사스촌이 생긴지 30년이 넘었습니다. 그동안 정말 많은 경찰관들이 업주들로부터 상납을 받으며 유착돼 왔습니다. 우리는 그걸 개혁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서장 입에서 ‘유착’이라는 ‘솔직한’ 말이 나오자 배석했던 간부들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김서장도 심했다고 느꼈는지 “유착됐다는게 아니고 그렇게 추정된다는 뜻”이라고 금세 말을 바꾸기도 했다.

김서장은 “서장으로서 감독책임을 느끼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내가 부임한 이후 소년계 방범계 방범지도계의 주요 단속부서 직원을 전부 교체했다. 만약 이중에서 돈 받은 직원이 나오면 내가 옷을 벗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곧 “세 부서 외의 다른 부서에서 돈을 받은 직원이 나오는 것까지는 책임 못진다”고 납득하기 어려운 논리를 폈다.

회견 직후 이 경찰서의 한 간부는 “서장이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는 점만 강조하려다 과거 경찰 모두를 ‘유착 경찰’로 매도한 결과를 빚었다”고 지적했다.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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