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총리, 처남 친척 명의신탁에 동원

  • 입력 2000년 5월 18일 23시 53분


박태준(朴泰俊)국무총리가 당초 재산관리인으로 지목된 조창선씨(60) 외에 자신의 부인과 처남, 친척들까지 명의신탁에 동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박총리가 문제의 부동산(6건)을 매입한 시점은 88∼93년 포철회장과 민자당 최고위원 시절로 매입자금만 100억원대에 가까운 것으로 추정돼 매입자금의 출처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각에선 이 부동산 매입자금의 일부가 포항제철의 협력업체로부터 받은 뇌물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어 큰 파문이 일고 있다.

본사기자가 등기부등본을 열람한 결과 부동산 6건 중 1건만 소유권이 완전히 다른 사람에게 넘어갔을 뿐 나머지는 자신과 아들 및 조씨 명의로 소유관계를 정리해 상당한 임대료 수입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부동산업자들의 이야기를 종합한 시가총액은 낮게 잡아 120억∼130억원 규모.

현재 카센터가 들어선 서울 강남구 역삼동 708의 26 대지(562㎡)의 경우 땅값이 45억∼50억원선으로 주변에선 추정. 박총리와 조창선씨, 박총리의 친척인 박성준씨, 박총리의 손아래 처남인 장세술씨 공동명의에서 96년 명의신탁을 해지하면서 박총리(지분 3분의 1)와 조창선씨(지분 3분의 2)의 소유로 정리. 박총리가 공유지분 3분의 1을 담보로 공동소유자인 조창선씨에게 10억원 가량의 돈을 빌려 근저당이 설정돼 있으나 등기부등본에는 박총리가 아직 지분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되어 있다.

카센터 주인은 한달 임대료로 조창선씨에게 150만원씩 내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인근 부동산업자는 "1년치 임대료 4000만∼5000만원 가량을 일시불로 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박총리가 3분의 1의 소유권을 갖고 있던 강남구 신사동 636의 27 대지(233.4㎡)와 건물(354.39㎡)은 97년 11월 20일 장남 성빈씨(34) 앞으로 ‘증여’된 건물. 광고대행사와 커피숍, 수입아기용품점들이 임대로 입주해있으며 시가는 10억원 수준. 부동산업자들은 이 건물의 임대료 수입이 보증금 1억원에 월 1000만원 가량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박총리가 조씨의 누나인 조정선씨와 소유권을 2분의 1씩 공유하고 있는 중구 오장동 44의 9 대지(104.1㎡) 및 건물(484.35㎡), 같은 동 44의 10 대지(301㎡) 및 건물(1126.73㎡)은 중앙시장 안에 위치한 전형적 시장상가건물로 현재 하나의 건물로 합쳐진 상태. 1층은 건어물 상점이 들어서 있으며 2층은 창고로 사용하고 있다. 시가는 15억원선.

건물 관리인은 "한달에 건물 임대료가 700만∼800만원 가량 되지만 대부분 관리비와 직원 월급으로 나가고 소유주에게는 거의 돌아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총리와 조창선씨가 지분을 절반씩 소유하고 있는 오장동 139의 1,2 건물(3876.06㎡)은 지상 10층, 지하 2층건물로 백천주차장이란 이름의 유료 주차빌딩으로 시장상가건물과 500여m 떨어져 있으며 조씨가 관리를 맡고 있다. 전체시가는 40억∼50억원선. 주차료 수입은 한달에 1000만원 가량으로 전액 조씨의 계좌로 입금된다고 직원들은 밝혔다.

박총리가 85년부터 부인 명의로 3분의 2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던 서울 중구 을지로 3가 296의 1 대지(93.6㎡)와 건물(318.81㎡)은 박총리의 부인인 장옥자씨와 조창선씨 공동명의에서 88년7월 조씨에게 소유권이 모두 이전됐다가 90년8월 대지와 건물 전체가 김모씨에게 매각됐다.

<현기득·차지완기자>rati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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