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예 매춘업자 378명 무더기 적발…선불미끼로 발목

  • 입력 2000년 5월 18일 19시 50분


구직차 찾아온 부녀자들을 꾀어 윤락업소에 팔아 넘긴 악덕 직업소개업자와 이들에게 선불로 준 구직 알선료를 미끼로 매춘을 강요해 화대를 갈취해 온 포주 등 ‘노예매춘업자’ 378명이 경찰에 무더기로 적발됐다.

서울경찰청은 18일 직업소개업자와 윤락업주, 인신매매범 등 378명을 검거해 이 가운데 포주 권모씨(37·여) 등 164명을 윤락행위방지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하고 나머지 21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적발된 피의자들을 유형별로 보면 직업소개업자가 183명으로 가장 많고 윤락을 강요한 포주가 124명, 탈주한 윤락녀 추적 등 인신매매관련 폭력배 41명 등이었다.

이번에 적발된 권씨 등 2명은 지난해 7월 전남 순천시 장천동에 유흥음식점으로 업소허가를 받은 뒤 윤락녀 8명을 고용해 윤락을 강요, 올 4월말까지 8억원 상당의 화대를 받아 가로챈 혐의다.

또 구속된 직업소개업자 유모씨(47)는 전라도 충청도 일대를 돌며 “월수입 300만원을 보장한다”며 유부녀 6명을 꾀어 1인당 200만원씩 받고 티켓다방과 윤락업소에 팔아 넘긴 혐의다. 경찰 조사에서 유씨 등은 임신중이던 김모씨(20)가 취업 알선을 요청하자 윤락업소에 팔아 넘길 목적으로 “임신 중절을 해야 취업할 수 있다”고 속여 태아를 낙태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윤락녀들은 손님들로부터 화대로 6만∼30만원씩 받더라도 그중 50∼80%를 업주 몫으로 뺏기는데다 150만∼1500만원에 달하는 소개비와 각종 옷과 장롱 등을 장만하기 위해 업주로부터 받은 선급금(보통 1500만원대)에 대한 이자, 50만원대의 방세, 질병과 생리 등으로 인해 일하지 못할 경우 내는 벌금(1일 30만원) 등으로 뜯겨 대부분 빚더미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함께 적발된 포주 소모씨(60·여)는 대구 중구 도원동 속칭 ‘자갈마당’에서 빚더미의 윤락 생활을 견디지 못한 이모씨(27·여)가 탈출하자 사채업자 등을 동원해 이씨를 찾아내 1500만원을 받고 유흥 주점에 다시 팔아 넘긴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포주들이 윤락녀들의 탈출이 잦자 전화 통화를 통제하는 것은 물론 목욕탕에 갈 때도 감시인을 붙이는 등 윤락녀들을 사실상 ‘감금’하고 있다”며 “빚을 갚지 못하고 도주할 경우 다시 찾아내 아예 탈출이 어려운 외딴 섬 등에 팔아 넘기기도 한다”고 밝혔다.

한편 상대적으로 값이 싼 러시아인 윤락녀들도 급속히 늘고 있다.

이번에 적발된 보도방업자 이모씨(21)는 3월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보도방을 차린 뒤 러시아인 윤락녀 5명을 단기관광비자로 입국시켜 집단 투숙시키며 강남일대 단란주점 등에 접대부로 보내 6100만원의 화대를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이씨는 특히 윤락녀들에게 한 달에 700달러씩 지급하되 귀국할 때 한꺼번에 주겠다고 속여 윤락녀들의 월급도 몽땅 떼먹은 것으로 드러났다.

<하종대기자>orionha@donga.com

▼'빨간 마후라' 女주인공 끝내 윤락녀 전락▼

98년 중고교생이 직접 출연하고 촬영해 물의를 빚었던 비디오 ‘빨간 마후라’의 여주인공 최모양(17)이 끝내 윤락녀로 전락해 ‘노예매춘’을 강요당해 온 것으로 18일 드러났다.

이번에 서울 경찰청에 적발된 노예매춘사범 378명 가운데 엄모씨(38) 등 2명이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무허가주점을 차리고 최양을 고용해 윤락행위를 시켜 온 것.

최양은 경찰에서 엄씨가 7, 8차례에 걸쳐 윤락을 시키고 “미성년자이니 주민등록증을 위조해주겠다며 50만원을 가져가기도 했다”고 진술했다.

최양은 중학교 1학년이던 97년 남자친구 김모군 등과 외국 포르노를 흉내내 집단 성행위 장면을 가정용 캠코더로 촬영했다가 이것이 시중에 나돌아 큰 파란을 일으켰던 장본인.

‘빨간 마후라’사건 뒤 최양은 법원에서 보호관찰 2년을 명령받았다. 최양은 나이가 어려 남자친구와 혼인신고를 할 수 없어 양가 부모 동의 하에 지방의 남자친구 집에서 ‘민며느리’ 생활을 2년여 해 왔다.

그러나 올해 초 최양은 시골 생활이 무료해지고 용돈도 궁해지자 집을 나왔으나 마땅한 일을 찾을 수 없어 ‘최후의 선택’으로 술집을 택했고, 악덕업주를 만나 끝내 돌이킬 수 없는 길을 걷고 말았다.

<김승진기자>saraf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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