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자씨 舊券화폐 사기 농간에 속아" 이철희씨 탄원서 제출

  • 입력 2000년 5월 2일 00시 06분


장영자(張玲子·55)씨의 남편 이철희(李哲熙·77)씨는 1일 법무부에 보낸 A4용지 16쪽 분량의 탄원서에서 ‘큰손’ 장씨가 구권(舊券) 화폐 사기를 주도한 인물들의 농간에 속은 것이라고 주장하며 그 과정을 상세히 소개했다.

그 내용의 진위는 앞으로 검증될 문제지만 구권 화폐 사기의 과정이 소개된 것은 처음이다. 다음은 이씨의 주장 요지.

윤원희씨(41·여·구속중)는 99년11월초 장씨를 처음 만나 “전직 유력 정치인 K씨의 가족이 관리하는 구권 화폐의 창고가 경기 남양주와 기흥 등에 있다. 그 창고 열쇠 중 하나를 내가 갖고 있다”고 말했다. 윤씨는 K씨 아들의 ‘오른팔’이라는 30대 남자를 소개했고 그 남자는 창고에서 빼내왔다며 구권 다발 서너 뭉치를 장씨에게 보여줬다.

“구정권이 조폐공사에서 빼낸 40조원 이상을 전국 각처에 옮겨놓았는데 야당이 집권하는 바람에 창고에 쌓여 있다. 한국은행에서 신권을 더 찍을 수 없기 때문에 하루 속히 구권을 유통시키는 게 애국하는 일이다”라는 윤씨의 말에 장씨의 마음이 움직였다.

장씨가 모은행 선수표 21억원을 윤씨에게 건네주면 두세 시간 안에 경기 남양주의 K씨 창고에서 구권을 실어와 입금시키기로 했다. 선수표가 윤씨에게 전달됐으나 약속된 시간에 구권이 들어오지 않고 은행 ARS를 통해 수표가 교체되자 이를 이상히 여긴 지점장이 지급정지시켜 버렸다.

윤씨는 “구권을 실은 차가 워커힐호텔 부근에 도착했으니 지급정지를 풀라고 얘기해달라”고 장씨에게 말했다. 그는 또 “현직 유력 경제관료와 통화시켜 주겠다”며 지점장을 달랬으나 은행측은 끝내 지급정지를 풀지 않았다. 결국 윤씨는 3번에 나누어 21억원 전액을 장씨에게 반환했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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