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人 할머니 16명의 '女高졸업장'

  • 입력 2000년 4월 20일 19시 59분


“졸업장을 받지 못한 것이 평생 한이었는데 오늘 소원을 풀었습니다.”

20일 오전 서울 성동구 행당2동 무학여고 대강당에서 열린 이 학교 개교 60주년 기념식에는 머리가 하얗게 센 일본인 할머니 16명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일제 강점기인 1940년대에 무학여고의 전신인 경성무학공립고등여학교에 입학했다가 일본의 패전으로 미처 졸업장을 받지 못하고 귀국했던 일본인 동문으로 모교의 환갑을 축하하기 위해 방한했던 것.

할머니들은 이날 유영분(劉永粉)교장으로부터 명예 졸업장을 받고 어린 소녀처럼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손자뻘인 재학생 후배들에게 축하의 꽃다발을 전해 받고 눈시울을 적시는 할머니도 있었다.

학창시절 배구선수로 활약했다는 다나카 미치코(田中美智子·73)는 55년만에 교정을 다시 밟은 것이 감격스러운 듯 학교 곳곳을 돌아보며 “허허벌판이던 학교 주변이 많이 변하고 학교 건물도 바뀌었지만 마치 고향에 온 듯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치하라 요오코(市原陽子·70)는 “그동안 ‘무학여고’라는 말만 들어도 눈물이 날 정도로 학창시절이 그리웠다”며 “모교에 와서 졸업장을 받으니 꿈만 같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장에는 이들과 함께 재학했던 한국인 동문들도 자리를 함께 해 기념 촬영을 하는 등 축하를 아끼지 않았다.

유교장은 “한일 양국의 동문들이 일년에 한 차례씩 상호 방문을 통해 동문의 끈끈한 정을 이어가기로 했다”고 전했다.

<홍성철기자>sung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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