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찾아다오" 亡者의 하소연…병원 실수로 시신바꿔 화장

  • 입력 2000년 4월 8일 19시 23분


‘숨진 어머니가 아들의 꿈에 나타나 전해준 메시지.’

차모씨(45·공무원)와 그의 동생 등 6남매는 8일 “지방공사 진주의료원의 관리 소홀로 어머니의 시신이 없어져 버렸다”며 5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창원지법 진주지원에 냈다.

차씨는 1월 74세에 노환으로 숨진 어머니의 시신을 진주의료원 영안실에 안치했다가 경남 합천군 용주면에 있는 선영으로 운구해갔다. 그런데 차씨는 관을 묻기 직전에 “어젯밤 너무 이상한 꿈을 꿨다. 예감이 불길하다”며 지관(地官)에게 시신 확인을 요구했다. 친인척들은 “슬픔 때문에 실성했느냐. 관을 다시 여는 것은 유교의 장례 예법에 어긋난다”고 반대했으나 끝내 상주(喪主)의 굳은 뜻을 꺾을 수는 없었다.

놀랍게도 관 안에는 차씨의 어머니 대신 웬 남자의 시신이 있었다. 유족들과 진주의료원측은 같은 날 영안실에서 나가 매장된 시신 4구를 다시 파헤쳤으나 차씨 어머니의 시신을 찾지 못했다. 그날 화장된 시신 2구 중 하나가 차씨 어머니라는 어이없는 사실만 확인됐다.

진주의료원은 자체 조사 결과 발인 과정에서 관 위에 덮는 명정(銘旌)이 뒤바뀌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차씨측은 “‘먼저 돌아가신 너희 아버지 곁에 나를 묻어 달라’는 어머니의 유언을 영원히 지킬수 없게 됐다 우리 집안은 대대로 유교를 신봉하는데 제사는 어떻게 지내느냐”며 의료원측에 거세게 항의했고 결국 소송을 냈다.진주의료원 관계자는 이에 대해 “시신 관리를 잘못한 책임은 인정하지만 유족측이 요구하는 배상액이 너무 많아 원만히 합의할 수가 없었다”며 “법원의 합리적인 판결을 기대할 뿐”이라고 말했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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