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파동]수출막혀 가격 폭락…축산농가 파산 우려

  • 입력 2000년 4월 3일 00시 04분


구제역 공포가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의사 구제역’이 발생한 충남 홍성에서 최근 수만마리의 가축이 전국 각지로 팔려나간 것으로 밝혀져 구제역이 이미 전국으로 확산됐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와 함께 앞으로 상당기간 국내산 돼지고기 수출이 제한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어서 가뜩이나 취약한 국내 축산산업이 붕괴될 위기에 처해 있다.

▽구제역 전국 확산 가능성〓중국의 구제역이 2월경에는 옌볜(延邊) 등으로까지 확산되고 일본에서도 우리나라와 비슷한 시기인 지난달 12일 구제역으로 보이는 가축질병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돼 구제역이 한반도 전역을 포함한 동북아시아 지역 전체로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특히 2일 의사 구제역이 발생한 홍성지역 축산농가에서 정부가 통제에 들어가기 전까지 며칠 동안 수만마리의 소와 돼지 등이 서울 인천 등 외지로 반출된 것으로 알려져 구제역의 확산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축산 파동 우려〓구제역 발생국가로부터 굽이 있는 동물이나 그 생산물의 수입은 철저히 금지하는 것이 기본이다. 일본은 이미 국내 돼지고기에 통관보류조치를 취했는데 이번에 구제역으로 판명됨에 따라 앞으로 이 조치는 상당기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구제역이 발생하면 예방접종을 실시한 가축이 모두 없어진 뒤 3개월간 구제역이 추가로 발생하지 않아야 수출협상을 시작할 수 있어 수출 축산농가의 피해가 커질 수밖에 없다.

또 수출되지 못하는 돼지고기는 다시 국내로 흘러들어와 돼지고기값 하락을 부추기는 악순환도 예상된다.

이밖에 구제역이 발생한 지역 반경 10㎞ 이내 가축들은 모두 도축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파주지역 반경 10㎞ 지역 내 가축 9만1300마리, 홍성지역 38만5913마리 등 47만7213마리. 정부보상이 이뤄진다 하더라도 정상가격대로 보상이 이뤄지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 축산농가가 큰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대만의 구제역 파동 후유증〓97년 3월 발생한 대만의 구제역은 석달 동안 전체 사육돼지의 35%인 384만마리를 도살하는 희생을 치르고 끝났다. 대만이 본 피해는 직접적인 것만 해도 약 3조5000억원에 달한다. 사건발생 이후 ‘구제역 발생국가’로 지정돼 돼지고기 수출이 불가능해진 대만은 아예 양돈산업을 ‘환경친화형 내수산업’으로 개편했다. 최근 국내에서 확산되는 구제역을 조기에 차단하지 못할 경우 대만 못지않은 큰 희생을 치를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송평인기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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