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法 선거사범 量産…입건자 15代비해 96% 늘어

  • 입력 2000년 4월 2일 21시 07분


국회의원들이 만든 ‘잘못된’ 선거법 때문에 ‘가벼운’ 죄를 저지른 사람까지 선거법 위반자로 만들고 있다는 비판을 낳고 있다.

2일 현재까지 선거법을 위반해 구속된 ‘중죄자’는 26명. 15대 같은 기간의 45명보다 42% 줄었다. 반면 총입건자는 무려 96% 늘어났다.

이같은 현상은 선거 분위기가 조기 과열되면서 각종 고소 고발이 늘어난 탓도 있지만 가벼운 법위반 사안을 기계적으로 단속할 수밖에 없는 비현실적인 선거법에 기인한다.

대표적인 것이 명함 돌리기 금지 조항. 국회는 11차 선거법 개정 당시 후보자들의 선거운동용 명함 배포를 금지했다.

이 때문에 현재 100여명에 가까운 운동원들이 ‘죄의식 없이’ 명함을 돌렸다가 입건된 것으로 알려졌다. 15대 총선 때라면 없었을 신종 선거 사범이 많이 생겨난 것.

한 변호사는 “명함은 정치 신인들이 자신을 가장 쉽고 싸게 알릴 수 있는 방법”이라며 “굳이 이름을 알릴 필요가 없는 기성 정치인에게만 유리한 법개정”이라고 꼬집었다.

검찰 관계자는 “내부에서도 이같은 지적이 제기돼 이들을 입건은 하되 사법 처리 단계에서는 사안별로 정상을 참작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특히 현역 국회의원들은 ‘의정보고대회’등을 통해 마음대로 사전 선거운동을 하고 무소속 출마자들은 후보 등록전엔 홍보물 배포를 일절 못하는 등 조금만 움직여도 법위반이 되는 법조항은 이미 헌법재판소의 심판대에 올라 있다.

그런가 하면 시민단체들도 손과 발을 철저히 묶어 놓은 선거법 때문에 다수의 입건자가 생길 전망.

법대로라면 시민단체들은 확성기와 자동차 이용, 문서 그림 등의 배부 및 게시, 연설회 등 집회, 호별 방문, 서명 날인 등 행위를 일절 할 수 없다.

김종훈(金宗勳)변호사는 “이번 선거운동 기간중 선거법의 무엇이 문제인지를 잘 파악해 다음 선거 때는 현실에 맞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석호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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