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행사건 진실' 파헤친 치과의사 출신 女검사보 장연화씨

  • 입력 2000년 3월 28일 19시 40분


치과의사 출신의 검사시보가 폭행사건의 증거로 제출된 이를 정밀 감정해 ‘숨겨진 진실’을 찾아냈다.

서울지검 형사5부에서 검사 실무수습 중인 사법연수원생 장연화(張宴華·31·여 ·사진)씨는 21일 선배검사로부터 폭행사건 기록을 넘겨받았다. 사건 내용은 노숙자인 김모씨(31)가 동료 양모씨(32)로부터 폭행을 당해 이가 빠지는 중상을 입었다는 것이 요지. 경찰은 김씨의 빠진 어금니와 전치 4주의 상해진단서를 증거로 첨부, 양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장시보는 기록에 붙어 있는 김씨의 어금니를 관찰하다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외부 충격으로 빠진 어금니라면 당연히 치아 뿌리에 잇몸 조직과 작은 혈관 등이 붙어 있어야 했는데 그런 흔적이 전혀 없었기 때문. 장시보는 정밀 검증을 거쳐 문제의 치아가 폭행으로 빠진 것이 아니라 오래 전에 잇몸의 병 때문에 자연히 빠진 것이라는 사실을 밝혀내고 28일 구속영장을 기각, 경찰에 재수사를 지시했다.

93년 연세대 치대를 졸업하고 치과의사 시험에 합격한 뒤 다시 같은 학교 법대에 편입한 장씨는 98년 사법시험에 합격, 의료계 출신의 첫 검사를 지망하고 있다. 남편 이강운씨(33)도 서울 을지병원 치과 과장으로 재직 중.

이복태(李福泰)형사5부장은 “검찰도 전문성이 있어야 사건의 진상을 제대로 밝혀낼 수 있다”고 흐뭇하게 말했다.

<이수형기자> 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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