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얻어맞는 선관위]전문가-시민단체 "있을수 없는 일"

  • 입력 2000년 3월 12일 19시 49분


시민단체 관계자와 학자 등 전문가들은 선관위의 불법선거 단속을 상대로 한 후보자들의 잇따른 ‘행패’에 대해 한결같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개탄과 우려를 표시하면서 후보자들의 자제와 선관위의 분발을 촉구했다.

숙명여대 박재창(朴載昌)교수는 최근 위상을 회복해가고 있는 선관위가 그 권위를 도전받고 있는 점에 대해 아쉬움을 표시하면서 ‘공명선거’가 이번 선거의 최우선 순위에서 빠진 점을 원인으로 들었다.

그는 “총선을 앞두고 시민단체들이 주도한 낙천 낙선운동이 쟁점을 선점한 데 이어 최근 지역감정공방 등이 선거화두를 점령하면서 어디에서도 공명선거를 강조하는 말들이 부족했다”면서 “특히 당선제일주의는 선거관리의 기본을 흔드는 만큼 모두가 자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세대 법대 양승두(梁承斗)명예교수는 “선관위는 사법권이 없어 구조적으로 물리적인 힘을 행사할 수 없는 만큼 선관위 권한을 아무리 강화해도 유권자들과 후보자들이 이를 존중해주지 않는 한 무기력해진다”면서 “선거분위기가 지금처럼 ‘죽느냐 사느냐’식으로 흘러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번 선거법 개정으로 선관위는 선거범죄현장에서 증거물품을 수집할 수 있고 선거범죄조사와 관련해 필요할 경우 관계자에 대한 동행 및 출석요구권 등을 가지게 되는 등 권한이 대폭 강화됐다.

경실련 이석연(李石淵)사무총장은 “후보자측이 법을 어기면서 선거관리를 맡고 있는 선관위에 도전했다는 것은 우려할만한 일”이라며 “일단 선관위는 당사자들을 법에 따라 강력하게 고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이총장은 “선관위 또한 스스로 과거에 얽매여 선거법을 적용하기보다는 시대흐름에 맞게 선거법을 운영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면서 “이와 함께 선거법위반시 고소 고발이 차별적으로 이뤄질 경우 일부 후보자들은 ‘나만 당한다’면서 승복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무엇보다 법집행이 공정하게 이뤄져야 선관위가 존중을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공종식기자>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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