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경미한 교통사고 도주는 뺑소니 아니다"

  • 입력 2000년 3월 7일 20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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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 피해자가 일상 생활에 큰 지장이 없고 자연적으로 치유될 수 있는 증세를 보였다면 피해자를 구호하지 않은 운전자를 뺑소니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형사3부(주심 이임수·李林洙대법관)는 7일 승용차를 운전하다가 영업용 택시를 받고 도주한 혐의(도로교통법상 도주차량)로 기소된 최모 피고인(41)에 대한 상고심에서 이같이 판시해 유죄판결을 내린 항소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한 1심 판결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상대방의 피해가 생명 신체에 대한 단순한 위험에 그치거나 형법상의 ‘상해’에 해당하지 않을 정도의 극히 하찮은 상처로 굳이 치료할 필요가 없는 경우에는 운전자에게 도주차량죄를 적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이 사건 피해자는 사고 당시 단순한 통증만 호소했을 뿐 신체가 손상되고 생활기능에 장애가 왔거나 건강상태가 불량해진 경우가 아니어서 형법상 ‘상해’를 입었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피해자 이모씨는 사고 후 정신이 몽롱한 상태에서 허리가 아프다며 병원에서 요추부 통증이라는 1주 진단서를 발급 받았으나 이후 별다른 치료를 받지 않고 회복했다.

<신석호기자>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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