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사이버 엉터리 여론조사 기승…10여명에게 묻기도

  • 입력 2000년 3월 5일 21시 15분


《‘한나라당 38.9%, 새천년민주당 14.2%, 자민련 5.3%, 한국신당 1.8%.’ 정당별 의석 분포가 아니다. 이번에 경찰의 수사대상에 오른 ㈜하이텍정보시스템이 최근 네티즌들을 상대로 벌였다는 황당한 정당 선호도 조사 결과다. 공신력 있는 여론조사 기관의 조사 결과와 크게 배치되는 것으로 왜곡됐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함께 수사대상에 오른 ‘전자민주주의 이마크러시’가 발표한 서울 J지역구의 총선 출마 예상자들에 대한 모의투표 결과는 더 가관이다.

▼일부후보 거액주고 조작▼

‘L의원 20.00%, K지구당위원장 60.00%, J씨 13.33%, S씨 6.67%, L씨 3.33%.’

L의원이 K씨보다 상당한 비율로 앞서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와는 달리 K씨가 무려 3배나 높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16대 국회의원 선거가 임박하면서 인터넷상에서 이 같은 ‘엉터리 여론조사’가 범람하고 있다. 전혀 신뢰할 수 없는 표본 선정 및 여론조사 방법을 동원해 멋대로 조사한 결과를 마구 발표하고 있는 것.

경찰 조사에 따르면 실제 여론조사에서 불리한 후보자가 자신에게 유리한 선거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거액을 주고 이 같은 엉터리 조사 결과를 이용하고 있다. 경찰은 지지도가 떨어지는 후보들이 인터넷업체에 돈을 주고 조사 결과를 조작하는 경우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4·13 총선 특수를 노리고 최근에 생겨난 불법적인 인터넷 여론조사 기관은 전자민주주의이마크러시를 비롯해 10여곳에 이른다.

이들 업체들은 대부분 총선을 앞두고 각 정당의 지지율과 출마예상자들에 대해 1∼2주 간격으로 정기적인 여론조사를 벌여 결과를 공표하고 있다.

▼표본크기 방법등 안밝혀▼

문제는 조사 방법이 엉터리인데다 여론조사 결과를 공표하면서 이런 엉터리 수법이 드러나는 것을 피하기 위해 피조사자의 선정 방법이나 표본의 크기, 조사 지역, 일시, 방법, 표본오차율 등을 대부분 감추고 발표한다는 점.

㈜하이텍정보시스템의 지지정당 조사결과가 시중 여론과 크게 차이가 난 이유도 바로 응답자가 113명에 불과하기 때문. 전자민주주의 이마크러시의 지역구 모의투표 조사 결과는 아예 응답자 수를 발표하지 않아 몇 명이 응답했는지조차 알 수 없다. 그러나 투표자 수가 10명도 채 안되거나 1인인 경우도 많다는 게 경찰 관계자의 얘기.

선거법 108조 4항은 이런 부작용을 없애기 위해 ‘누구든지 선거에 관한 여론조사의 결과를 공표 또는 보도하는 때에는 조사 의뢰자와 조사 기간, 단체명, 피조사자의 선정 방법, 표본의 크기, 조사 지역, 일시, 방법, 표본오차율, 응답률, 질문 내용 등을 함께 공표 또는 보도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이런 식의 조사와 조사 결과 발표는 명백한 선거법 위반인 셈.

▼경찰 전면수사 착수▼

서울경찰청 수사과는 5일 이처럼 불법적인 여론조사가 기승을 부리자 인터넷 여론조사 업체에 대한 전면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불법적인 여론조사 홈페이지를 개설한 관련자들을 소환해 조사한 뒤 전원 형사 처벌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총선을 앞두고 이런 엉터리 여론조사 기관이 우후죽순처럼 생기고 있다”며 “엉터리 조사 내용이 아무런 여과없이 그대로 공표돼 마치 네티즌 전체의 의사인 것처럼 오도되고 있는 만큼 관련자들을 강력 처벌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하종대기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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