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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2월 28일 01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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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확인된 4건의 납치사건에서 드러난 장씨의 역할은 ‘환치기’를 통한 돈 전달자. 인질의 가족이 돈을 보내면 장씨와 친분있는 인물들이 이를 달러로 바꿔 중국의 장씨에게 송금하고 장씨는 이를 다시 중국돈으로 바꿔 납치범들에게 전달하는 역할이었다.
그러나 장씨가 이 4건의 납치에 어느 정도 연루되어 있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상태. 장씨는 김영욱씨 등과의 통화에서 “나는 환치기상일 뿐 그 이상은 모른다”고 주장했다. 또 납치범들의 신원에 대해서도 “돈을 받자마자 바로 전달해줘 잘 모른다”고 대답했다. 이 말대로라면 장씨는 중국내 여러 납치조직의 부탁을 받고 이들에게 달러를 중국 돈으로 바꿔주는 ‘단순가담자’ 역할만 한 셈.
하지만 중국에서 환치기 하는 한국인이 상당수인데 유독 장씨가 이 모든 납치사건에 연관됐다는 사실이 우연이기는 어렵다고 경찰은 보고 있다.
또 지금까지 드러난 납치사건들이 모두 수법이 비슷해 동일조직 또는 같은 계열 조직의 소행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렇다면 장씨는 어떤 식으로든 납치범들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
예컨대 지난해 김씨의 납치범들은 전혀 주저하지 않고 장씨가 관리하던 통장번호를 김씨에게 알려줘 납치조직-장씨 사이의 긴밀한 ‘커넥션’을 시사했다. 또 장씨가 관여한 98년의 납치사건이 추가로 밝혀짐에 따라 중국에서의 한국인 납치가 납치조직-환치기상들의 조직적 범죄일 가능성도 한층 높아졌다.
<이완배기자>roryre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