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코다당증환아돕기 음악회, 삼성서울병원서 열려

  • 입력 2000년 2월 25일 19시 33분


손가락을 놀리기에는 너무 힘들었지만, 악보를 볼 수 없는 눈이었지만 어린 환자들은 마치 건반 위에서 생명의 샘물을 길어올리듯 그렇게 피아노를 연주했다.

2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 본관 지하1층 대강당에서 열린 ‘뮤코다당증 환아 돕기 자선음악회’.

뮤코다당증은 유전성으로 어린이들에게서만 발견되는 소아희귀병. 체내에 당이 모자라 발병하는 성인병 당뇨와 반대로 유전적인 당분해효소 결핍으로 당이 체내에 과도하게 축적됨으로서 발생한다. 병이 진행될수록 뇌기능 저하, 시력장애, 관절경직 등 부작용이 심해져 대부분 20세를 넘기지 못하고 사망한다.

삼성병원 직원들이 이들 어린이환자들을 돕기 위해 마련한 이날의 자선음악회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뮤코다당증 환자 어린이들의 공연이었다.

다섯살 때부터 배운 피아노솜씨지만 이젠 손가락을 놀리기조차 힘든 세찬이(11)는 마지막 연주가 될지도 모를 이날 연주에서 ‘어머님의 은혜’를 연주해 공연장을 울음바다로 만들었다. 열한살이지만 여섯살밖에 안돼 보이는 영지는 체내에 쌓인 당 때문에 배가 불룩하게 나오고 눈까지 멀었지만 라벨의 소나티네를 능숙하게 연주해 갈채를 받았다.

이들의 연주가 더욱 눈물겨웠던 것은 최근 미국에서 골수이식수술과 효소보충약제 개발을 통해 이들에게도 새 생명의 빛이 열렸지만 엄두도 낼 수 없는 수천만원의 치료비 부담 때문이었다.

세찬이의 어머니 오선예씨(37)는 “지난해 12월 국내에서도 처음으로 성공한 골수이식수술의 치료비가 3000여만원이고 골수 기증자가 나타날 때까지 병의 악화를 막아주는 효소보충약제도 연간 치료비가 8000여만원”이라며 주변의 많은 관심을 부탁했다.

<권재현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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