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이석씨 징역5년…법원 "혐의 부인땐 자수 불인정"

  • 입력 2000년 2월 16일 19시 32분


수사기관에 자진 출두했더라도 주요 혐의내용을 부인할 경우에는 자수로 인정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은 일부 피고인들이 혐의사실을 부인하는데도 자수한 것이 참작돼 집행유예로 풀려나는 관행에 제동을 건 것으로 향후 정치인 및 경제인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권남혁·權南赫부장판사)는 대출알선 대가로 수억원을 받은 혐의로 1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받고 항소한 전 경기은행장 서이석(徐利錫)씨에게 징역 5년 및 추징금 3억8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서전행장이 부실기업에 담보없이 대출하면서 돈을 받는 등 은행장의 책무를 잊은 사실이 인정된다”며 “스스로 검찰에 출두했지만 주요 혐의를 끝까지 부인하는 등 반성의 빛이 보이지 않아 자수로 인정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서전행장이 이모씨로부터 3억여원을 받고도 1억원은 수수사실도 부인하고 나머지 2억원도 떡값, 결혼축의금, 행장취임 축하금이라고 부인했으나 제반 증거나 진술로 볼 때 3억원을 대출알선 대가로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법원은 법정형량 10년 이상의 죄를 저지른 피고인에게 ‘자수 감경’ 또는 피고인의 정상(情狀)을 참작하는 ‘작량(酌量)감경’으로 형량을 2분의 1씩 깎아줌으로써 형량을 3년 이하로 대폭 낮춰 집행유예로 관대하게 판결하는 예가 많았다.

형사소송법은 집행유예의 기준을 최저형 기준 3년 이하로 규정하고 있는데 10년 이상의 형량에 해당되더라도 두 차례 감경되면 최저형량이 2년6월로 낮아져 집행유예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재판부는 “서전행장에게 자수라는 형식보다는 실제로 자수해 범죄사실을 털어놓고 반성하는지에 초점을 맞췄다”며 “현재 재판이 진행중인 신동아그룹 최순영(崔淳永)회장에게도 적용할지 고심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씨는 경기은행장으로 일하던 97∼98년 부채비율이 동종업계 평균치의 2배에 이르는 W사에 100억원을 대출해주고 사례비로 6000만원을 받는 등 1000억원 이상을 부당 대출해준 뒤 사례비 수억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지난해 기소됐다.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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