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아파트' 열풍…단체가입 급증, 연말 300만 예상

  • 입력 2000년 2월 13일 19시 35분


“이젠 인터넷망이 깔려 있지 않으면 낡은 아파트 취급을 받습니다. 아파트 가격을 높이기 위해서도 인터넷서비스에 단체로 가입해야 합니다.”

대구 남구 A아파트 주민들은 최근 입주자회의를 열어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에 단체 가입키로 결정했다. 400여 가구중 360여 가구가 가입의사를 밝힘에 따라 상반기중 초고속 인터넷 통신망 설치업체를 골라 계약할 계획이다.

전국의 아파트 단지마다 초고속 인터넷 통신망 설치 붐이 일고 있다. ‘자녀교육’ ‘사이버 주식거래’ ‘아파트 가치를 높이기 위해’ 등의 이유로 초고속 인터넷 통신망에 단체로 가입하는 아파트 단지가 급증하고 있는 것.

새로 아파트를 짓는 건설업체들이 ‘광통신망 아파트’ ‘사이버 아파트’등을 내세워 기존 아파트와의 차별성을 부각시키고 있는 것도 주민들의 초고속 인터넷망 설치 붐을 부채질하고 있다.

서울 서초구 잠원동 J아파트 관리사무소는 최근 주민들의 요청에 따라 관리사무소내에 초고속 인터넷 통신망 기계를 설치하고 입주자들로부터 가입신청을 받고 있다. 주부 황모씨(40)는 “이제는 자녀교육에 인터넷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해 이미 가입신청을 했다”고 말했다.

서초구 서초동 S아파트의 700여가구, 송파구 잠실동 A아파트 600여가구, 양천구 목동 13단지의 500여가구는 최근 H통신이 서비스하는 ADSL(비대칭 디지털가입자망)에 가입했다.

일산(경기 고양시) 분당(경기 성남시)등 수도권 신도시와 지방도시의 경우도 인터넷 열풍이 거세다. 대전 유성구 전민동 X아파트 입주자 대표협의회도 자체 인터넷 통신망 ‘엑스포 넷’을 갖추기로 하고 최근 가입 희망자를 조사하고 있다.

이같은 추세에 따라 ISDN(종합정보통신망) ADSL 등 초고속 인터넷 서버스 업체들은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H통신의 경우 지난해 말부터 단체가입 문의 전화가 매일 수십통씩 걸려오고 있다. 이 회사는 이미 전국 2000여개 아파트단지에 15만여명의 가입자를 확보했다.

가입비 무료, 월 2만원대의 싼 요금에 경품까지 내거는 등 업체들간의 단체가입 유치경쟁도 뜨겁다.

정보통신부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초고속 인터넷 가입자는 98년말 5만명에서 지난해말에는 60만명을 넘어섰다. 이 추세면 가입자가 올해말까지 최소 200만명, 최대 3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정보통신부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집단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기 쉬운 아파트 주거율이 50%를 넘어 앞으로 초고속 인터넷 통신망 가입자가 폭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꼭 필요하지 않은데도 남들이 하니까 따라하는 식의 가입은 삼가야 하며 업체별로 요금체계가 다르므로 가입할 때는 조건을 꼼꼼히 살펴야한다고 당부한다.

한 전문가는 “업체들은 ‘컴퓨터 화면만 클릭하면 단지내 상가의 모든 물건과 가격 리스트를 열람하고 주문할 수 있는 사이버 생활이 현실화된다’고 선전하지만 이런 서비스를 염두에 두고 가입을 서두를 필요는 없다”고 지적했다.

<이명건기자·대구〓정용균기자>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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