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근의원 구인 파동]검찰 연행실패 문책…항명조짐

  • 입력 2000년 2월 12일 20시 07분


검찰이 11일 밤 한나라당 정형근(鄭亨根)의원을 전격 연행하려다 실패한 뒤 12일 오후 임휘윤(任彙潤)서울지검장 등에 대해 문책인사를 단행하자 일부 소장검사들 사이에서 ‘제2의 항명파동’ 조짐이 감도는 등 검찰조직이 내홍(內訌)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박순용(朴舜用)검찰총장은 이날 정의원 긴급체포 실패에 따른 지휘책임을 물어 임검사장을 엄중 경고하고 임승관(林承寬)1차장 정병욱(丁炳旭)공안1부장을 각각 서울고검 검사 직무대리로 각각 전보조치했다.

검찰이 특정 사건 피의자를 연행하는 데 차질을 빚은 책임을 물어 문책인사를 한 것은 검찰사상 유례를 찾기 어려운 일이다.

더구나 이번 전격체포 작전 및 문책사건은 검찰 자체판단과는 상관없이 고위층의 의지로 이루어진 것으로 검찰내부에 알려지고 있어 파문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벌써부터 일선 소장검사들은 “우리가 파리 목숨이냐”며 크게 술렁거리고 있으며 상황 전개에 따라서는 지난해 초 대전법조비리사건 때에 이어 ‘제2의 항명파동’으로 치달을 수도 있어 검찰내부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부 젊은 검사들은 “총선을 불과 2개월 남짓 남겨둔 정치적으로 매우 예민한 시점에서 ‘정의원 긴급체포’라는 결정을 내린 것을 검찰의 독자적인 판단이라고 누가 믿어 주겠느냐”며 청와대와 검찰수뇌부에 화살을 돌리기도 했다.

이에 앞서 검찰은 11일 밤 서울지검 공안1부 검사 수사관 등 30여명과 경찰을 서울 서초구 정의원 자택으로 보내 긴급체포하려 했으나 정의원이 안방 문을 걸어 잠근 뒤 농성하면서 시간을 끈데다 뒤늦게 몰려온 한나라당 소속 의원 등 당직자들의 저항에 밀려 정의원을 연행하는 데 실패했다.

한편 검찰은 문책인사로 물러난 서울지검 1차장에 정상명(鄭相明)2차장을, 공안 1부장에는 박만(朴滿)대검 감찰1과장을 각각 직무대리로 발령했다.

<신석호·정위용기자>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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