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담]무의탁 장애인60명, 최고급 호텔서 칙사 대접

  • 입력 2000년 2월 2일 19시 10분


“오늘 하루 저희 호텔의 신사숙녀가 돼주십시오.”

서울 강남구 세곡동 무허가 비닐하우스에 모여 사는 ‘참빛의 집’ 무의탁 장애인 60여명은 설날을 앞둔 2일 최고급 호텔의 고객 대우를 받았다.

소아마비로 태어났다고 철로에 버려져 두 다리를 잃은 김남옥씨(37·여)도, 심한 간질로 두 다리가 젓가락처럼 마른 수지양(8)도, 자폐증으로 벽지건 돈이건 종이란 종이는 다 뜯어야 직성이 풀리는 명은씨(40·여)도 이날 하루 호텔 주방장이 끓여준 떡국과 케이크에 볼이 터져라 웃음을 터뜨렸다.

사람냄새가 얼마나 그리웠을까. 올해 환갑인 뇌성마비 장애인 김화자할머니는 양과를 전해주는 외국인 주방장의 손을 잡고 “너무 좋아요”를 연발했고 발육이 멈춰 키가 1m도 안되는 정신지체장애인 김경순씨(40)는 한복까지 입고 나와 놀라운 부채춤 솜씨로 답례했다.

세상에서 버려진 이들 중증장애인들에게 떡국을 대접하고 목욕과 빨래, 전기와 난방공사까지 도맡은 천사들은 서울 리츠칼튼호텔의 임직원들.

요리부 객실부 시설부 접객부 등 호텔 내 각 부서의 직원 대표들이 모두 각자 맡은 역할을 살려 의식주에 직접적인 도움을 주는 것은 물론 객실과 식당 등에서 쓰고 남은 침구 비누 치약 음식 등을 한보따리씩 풀어놓았다.

특히 이날 자원봉사가 뜻깊었던 것은 전 직원이 지난 2년간 ‘고객팁 받지 않기 캠페인’을 펼치며 고객들이 기어이 놓고 간 ‘감사의 돈’을 ‘사랑의 선물’로 바꿔 전달했기 때문.

700여명의 전 직원이 어쩔 수 없이 팁을 받을 때마다 말없이 갖다놓은 돈은 600만원에 이르렀고 이를 장애인 돕기에 쓰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에 경영진이 같은 액수를 보탰다.

이날 장애인들의 음식수발을 들었던 스위스인 총주방장 롤란드 히니(46)는 “이렇게 어쩌다 한번 찾은 제 손을 잡고 좋아서 어쩔 줄 모르는 이들이 조금이라도 행복해졌다면 기쁘겠다”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권재현기자>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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