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담]장애인이 찾아준 '잊지못할 설'

  • 입력 2000년 2월 2일 19시 10분


“분명히 바지 뒷주머니에 넣었는데….”

지난달 29일 아침 출근준비를 하던 송정무(宋正茂·51·서울 동대문구 신설동)씨는 바지를 뒤적거리다 당황했다. 직원들에게 지급할 설 상여금 1500만원과 각종 신용카드가 든 지갑을 잃어버린 사실을 뒤늦게 알았던 것.

전날밤 거래처 관계자와 식사를 마친 뒤 귀가했던 송씨는 기억을 몇 번이고 되짚었지만 지갑의 행방을 알 수 없었다. 경기 고양시 일산구에 있는 한 수중펌프 제작업체의 부사장인 송씨는 자신의 어처구니없는 실수로 ‘거금’을 날렸다는 생각에 발만 동동 굴렀다.

그러나 얼마 후 집으로 걸려온 한통의 전화를 받은 송씨는 안도의 숨을 내쉴 수 있었다. “분실한 지갑을 보관중이니 돌려주고 싶다”는 한 시민의 제보였다.

지갑을 되찾게 됐다는 기쁜 마음에 이날 오후 약속장소인 커피숍으로 달려간 송씨는 ‘은인’을 만나는 순간 고개가 숙여졌다.

그 ‘은인’은 오른쪽 다리를 심하게 저는 지체장애인이었던 것. “사례하고 싶으니 이름만이라도 알려달라”는 송씨의 부탁에 그는 “작은 석유배달가게를 운영하는 평범한 시민”이라며 “당연히 할 일을 한 것뿐”이라는 짤막한 대답을 남긴 채 사라졌다.

송씨는 “비록 몸은 불편하지만 천사같은 마음씨를 가진 그분 덕택에 올 설은 평생 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상호기자>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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