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무비리 리스트/출처논란]누가 왜 건네줬을까

  • 입력 2000년 1월 23일 19시 53분


반부패국민연대가 22일 청와대에 넘긴 병무비리의혹 사회지도층인사의 명단은 과연 어떻게 입수했을까.

현재까지 반부패국민연대 관계자를 통해 확인된 사실은 이 명단에 정치인 21명, 재계인사 11명, 연예인 22명, 언론인 2명을 포함해 군장성, 체육계 인사, 교수, 운동선수 등 사회지도층과 각계의 저명인사 200여명이 포함되어 있다는 정도다.

반부패국민연대는 누구로부터 이 명단을 입수했는 지와 그 ‘누구’는 왜 이런 명단을 작성했는 지에 대해 철저히 함구하고 있다.

23일 국민연대 관계자는 “제보자의 신변보호를 위해서 신원을 밝힐 수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시민단체와 군당국, 검찰 주변에서는 “A4 용지 100여장이 넘는 방대한 분량에 혐의사실을 입증할 만한 증거들이 제보자료에 모두 자세하게 들어 있어 병무비리 수사를 위한 군검경합동수사본부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했던 인물이 아니겠느냐”는 얘기가 나돌고 있다. 한편에선 지난해에 있었던 국방부와 검찰 합동의 병무비리 수사발표에 불만을 품은 특정인사가 여론조성의도로 시민단체에 자료를 넘겨줬다는 얘기가 있는 등 출처와 의도를 놓고 소문이 무성하다.

검찰과 군 관계자들은 군검경합동수사본부에서 일했던 병무비리전문가 A씨를 제보자로 지목하고 있다.

A씨는 98년 12월 발족한 군검경합동수사본부에 수사관으로 영입된 인물. 그는 지난해 4월 병무비리 1차발표 때 자신이 관여했던 수사사항이 발표에 반영되지 않고 이어 7월말 특별수사팀까지 해체되자 참여연대에 신변보호를 요청한 뒤 병무비리 관련자료 일부를 넘겨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당시 “수사가 활기를 띠어 정계인사의 병무비리 의혹이 수면으로 드러났지만 ‘외부’와 ‘윗선’의 ‘수사방해’로 수사가 흐지부지됐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반부패국민연대는 “A씨를 제보자라고 단정할 수 없으며 사실여부 또한 확인해줄 수 없다”며 계속 연막을 치고 있어 정확한 입수경로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김상훈기자>corekim@donga.com

▼ 野 "여권-시민단체 커넥션 의혹" ▼

한나라당은 반부패국민연대가 병역비리 관련 정치인 명단을 청와대에 제출하자 내심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 여권과 시민단체의 커넥션 의혹, 즉 연결고리를 찾느라 주력하는 모습이다.

한나라당이 이처럼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우선 현실적으로 정치인 명단 중 현역의원의 경우 한나라당 소속 의원이 70%를 넘는다는 게 정설로 돼있기 때문. 또 그 명단이 사정당국의 수사자료라면 시민단체가 어떻게 서류를 통째로 입수할 수 있었느냐는 것도 한나라당이 제기하는 의문이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의혹 수준의 ‘심증(心證)’에 머무를 뿐 뭔가 내놓을 만한 ‘증거’가 없다는 게 한나라당의 고민. 당의 한 관계자는 23일 “심증으로는 여러 가지 의혹을 제기할 수 있지만 워낙 민감한 사안이라 섣불리 접근하기 힘들다”고 입장을 설명.

하순봉(河舜鳳)사무총장은 “검찰은 시민단체가 의뢰하면 수사한다고 하고 국방부는 시민단체에 자료를 요청한 상태라고 하는데 도대체 수사주체가 청와대인지, 검찰인지, 시민단체인지부터 가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고, 이부영(李富榮)총무는 “과거에 진행되던 병무비리 수사를 중단시키도록 누가 압력을 넣었는지부터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제균기자> 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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