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호환성 무시 주차카드 신설 말썽

  • 입력 2000년 1월 11일 20시 25분


서울시가 공영주차장 민영화 사업을 추진하면서 주차요금 징수 카드를 별도로 제작해 교통관련 카드의 통합 계획에 스스로 역행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 말 시내 138개 공영주차장을 민간에 맡겨 운영한다는 방침에 따라 입찰을 통해 3개 민간업체를 선정한 뒤 10일부터 시내 5곳에서 시범운영에 들어갔다.

시의 민영화 계획은 주차료 징수를 사람이 아닌 무인 기기로 대체해 주차장 운영을 현대화하겠다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이에 따라 시는 민영화 사업자를 모집할 때 새 주차장 기기가 버스 및 지하철 카드와 호환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주요 선정기준으로 발표했었다.

그러나 이번에 사업자로 선정된 업체들이 도입한 미국 POM사 제품은 기존 버스 및 지하철카드 대신 별도의 카드를 이용해야 요금 지불이 가능한 기종.

시는 주차 카드에 버스와 지하철을 이용할 수 있는 기능을 넣을 것이라는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새 주차카드에 버스 지하철 이용 기능을 넣는다고 해도 기존의 버스 지하철 카드로는 주차요금을 낼 수 없다는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시는 사용자가 원할 경우 버스카드를 회수해 폐기하고 주차카드로 바꿔주는 계획을 추진중이지만 이 경우 버스카드 회수와 폐기에 따른 비용 부담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POM사의 기계가 카드 외에는 동전만 사용할 수 있다는 것도 문제. 현재 서울시내 주차 1급지의 경우 시간당 주차료가 6000원인 점을 감안하면 2시간 주차시 500원짜리 동전을 무려 24개나 준비해야 하는 불편함이 따른다는 것.

이번에 주차장 사업에 응찰했던 한 업체는 “버스카드와 지폐까지 이용할 수 있는 국산 개발품도 있었지만 실용화 등 검증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이유 등으로 탈락시킨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 카드제작업체 관계자는 “버스와 지하철카드를 통합하는 데 150억원이나 들였던 서울시가 주차료를 내기 위한 별도의 카드를 추가 발행한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서정보기자>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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