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때 포항서 해군도 주민 학살…당시 지역사령관 증언

  • 입력 2000년 1월 11일 00시 01분


6·25전쟁 당시인 50년 7월초 한국 해군과 경찰이 포항에서 주민 200여명을 재판도 하지 않고 함상에서 학살한 뒤 수장했다고 당시 이를 지휘했던 해군 지역사령관이 10일 밝혔다. 당시 해군 포항경비부 사령관(중령)이었던 남상휘 전해군준장(75·미국 뉴욕 거주)은 이날 한국의 한 언론매체와 인터뷰에서 “해군 포항경비부는 50년 7월 초 경주 포항 영덕 일대에서 예비검속한 주민 200여명을 군함 3척에 태우고 포항을 떠나 영일만 장기 등대에서 동쪽으로 3∼5km 떨어진 바다에서 총살한 다음 모두 수장했다”고 말했다.

그는 “군의 처형명령은 신성모국방장관이 채병덕육군참모총장과 손원일해군참모총장에게 내렸으며 경찰의 경우 조병옥내무장관이 김병옥치안국장을 통해 각 도경국장에 하달됐다”고 밝혔다. 그는 “처형을 지휘한 장본인으로 평생 자책감 속에 살아왔다”면서 “한국정부가 청문회를 연다면 참회하는 심정으로 사실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한편 비밀해제된 미군 문서를 통해 대전 교도소 재소자 집단처형 사건을 폭로한 이도영 박사는 “보관하고 있는 문서 중 남 전준장의 증언을 뒷받침해주는 자료가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홍은택특파원> eunt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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