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 미군부대 폭발물 소동… 통보후 6시간뒤 대피령

  • 입력 2000년 1월 5일 2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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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파주시 월롱면 영태리 주민 1089가구 3000여명이 5일 새벽 인근의 미군부대에 강력한 폭발물이 설치됐다는 첩보로 안전지대로 긴급 대피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그러나 파주시측은 4일 밤 이같은 첩보내용을 통보받고도 미군들이 부대를 빠져나와 전원 대피한후 3시간이 지나서야 대피령을 내려 깊은 잠에 빠져있던 주민들이 사이렌소리에 놀라 뛰쳐나오는 등 일대에 대혼란이 벌어졌다. 주민들은 5일 오전 9시반쯤 폭탄 설치설이 거짓으로 드러나 모두 귀가했다.

경찰에 따르면 폭발물 설치첩보는 미국본토의 수사기관이 주한미군으로 근무했던 한 미국인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입수됐다.

97년부터 98년말까지 파주시 월롱면 영태리 미2사단소속 캠프 에드워드에 근무했던 한 미국인은 최근 약물복용혐의로 체포되어 조사받는 과정에서 “캠프 에드워드에 폭발물이 설치되어 있으며 이 폭발물은 5일 폭파된다는 말을 들었다”고 진술했다.

이같은 첩보는 상당히 신빙성이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져 미군당국에 즉각 통보됐고 주한미군에 즉각 비상이 걸린 것. 한미연합사측에 따르면 미연방수사국(FBI)이 주한미군에 이를 통보한 것은 4일 오전 10시였다.

그러나 파주경찰서를 통해 미군측이 ‘캠프 에드워드 폭파설’을 통보한 것은 4일 오후 7시15분경. 그로부터 무려 6시간 가량 지난 뒤인 5일 오전 1시10분에야 파주시측은 대피령을 내렸다.

미군측은 파주시에 “폭발물이 터질 가능성이 있다”고만 밝혔을 뿐 폭발예정일이 5일이라는 얘기는 오전 1시20분경에나 공식 확인해줬다. 또 기지가 폭발될 경우 위력이 반경 1㎞에 이른다는 사실도 이때야 알려줬다.

하지만 미군측은 4일 오전부터 정밀수색작업을 펼친 뒤 만일의 사태에 대비, 이날 오후 10시경 장병 200여명을 비롯해 폭약과 탄약, 유류 등을 인근 미군부대로 옮긴데 이어 이날 자정까지 나머지 장비 등도 모두 이전한 상태였다.

주민 윤후식씨(46·영태1리)는 “4일 오후 7시반경 부대앞 부동산 사무실에 앉아 있는데 버스와 지프 등이 미군 병력을 가득 태운 채 어디론가 가는 것을 목격했다”며 “그러나 우리는 5일 오전 3시가 지나서야 그 이유를 알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한편 한미연합사도 한국군 9사단에서 4일 오후 5시10분경 이 내용을 미군을 통해 파악했다고 밝혀 위기관리 체계에 허점을 드러냈다.

〈파주=권재현 이완배기자〉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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